뷰티 시장 ‘올리브영’ 천하…판 흔들 도전자는 누구?

장민서 기자
입력일 2024-03-25 06:00 수정일 2024-03-25 06:00 발행일 2024-03-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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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 매장. (사진=CJ올리브영)

CJ올리브영이 지난해 4조원에 육박한 매출을 올리며 국내 뷰티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도 CJ올리브영의 기세에 무릎을 꿇었다.

세포라코리아는 지난 19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무거운 마음으로 한국에서의 영업종료를 결정했다”며 “오는 5월6일부터 단계적으로 온라인 몰, 모바일앱스토어,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종료하며 시장 철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포라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글로벌 뷰티 편집숍이다. 지난 2019년 10월 서울 파르나스몰을 시작으로 국내에 1호점을 선보인 이후 롯데 영플라자, 신촌 현대 유플렉스, 잠실 롯데월드몰, 여의도 IFC몰, 갤러리아 광교점 등에 신규 매장을 열며 세를 확장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감염우려로 체험형 매장 전략은 빛을 바랬다.

세포라의 철수는 CJ올리브영의 건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3조86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매출(3조6740억원)과 LG생활건강의 뷰티 부문 매출(2조8157억원)을 뛰어넘은 금액으로 국내 화장품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를 평정했다.

지난 1999년 영업을 개시한 CJ올리브영은 2016년 1조원을 넘어선 후 5년 만인 2021년에는 2조원을 달성했다. CJ올리브영은 전국에 매장과 물류망을 갖추고 디지털화 시스템에 투자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트렌디한 화장품을 출시한 중소 브랜드사가 판매를 CJ올리브영에 맡긴 점도 성장에 한 몫했다.

CJ올리브영의 기세에 GS리테일이 운영하던 ‘랄라블라’는 2022년 11월 시장에서 철수했고, 롯데쇼핑 ‘롭스’도 100여개에 이르던 가두점을 정리하고 일부 롯데마트 매장에 숍인숍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가 들여온 영국 1위 H&B 브랜드 ‘부츠’는 국내에 진출한 지 5년도 안 돼 물러났다.

CJ올리브영의 독주 체제 속에서도 뷰티 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새로운 업체들이 CJ올리브영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컬리다. 컬리가 지난 2022년 11월 공식 론칭한 ‘뷰티컬리’의 누적거래액은 3000억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특히 컬리는 지난달 CJ올리브영을 겨냥한 ‘뷰티컬리 페스타’를 열면서 화제가 됐다. ‘최저가 도전 스티커’가 부착된 70여개 브랜드 100여개 상품이 CJ올리브영 온라인몰 등 타 업체의 최종 할인 적용 가격보다 높을 시 차액을 적립금으로 보상해줬다. 최저가 챌린지 상품이 페스타 특가 매출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를 인기를 끌자 컬리는 이달 25일 오전 11시까지 다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뷰티유통 플랫폼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다이소는 2022년 4월 네이처리퍼블릭의 식물원 선보인 이후 현재 30개 브랜드 28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이소는 5000원이 넘지 않는 균일가 정책을 운영, 소비자들로부터 가성비 화장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다이소 뷰티(기초+색조 화장품)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을 보면 2021년 약 52%, 2022년 약 50%, 지난해 약 85%를 기록하며 매년 성장하고 있다. 특히 ‘품절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화제가 됐던 ‘VT 리들샷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 판매에 힘입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초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대비 약 165% 신장했다.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도 지난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선보이며 명품 화장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같은 해 7월에는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중소뷰티업체의 입점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쿠팡은 최근 4년9개월만에 화해한 LG생활건강의 뷰티 브랜드 ‘더후’, ‘오휘’, ‘빌리프’ 등을 입점시키며 발판을 다져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등장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전문관 ‘K-베뉴’를 운영하고 있는데, LG생활건강, 애경, 한국 P&G 등이 입점해 생활용품 및 음료 제품을 판매중이다. 이달 중으로 ‘려’·‘일리윤’· ‘라보에이치’ 등 아모레퍼시픽의 데일리 뷰티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도전자들의 공세에도 CJ올리브영은 오히려 성장을 거듭하면서 독주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흥국증권은 올해 CJ올리브영의 매출액과 순이익을 각각 4조6782억원(+21.2%), 4047억원(+16.5%)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은 프로모션, 체험 등을 제공하면서 온·오프라인에서 이미 고객들을 사로잡았다”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CJ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산다’는 습관이 자리잡으면서 당분간 위협할 만한 적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