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과일값 쇼크와 햇살

송남석 기자
입력일 2024-03-27 06:29 수정일 2024-03-27 08:09 발행일 2024-03-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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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석 산업IT국장

지난해 전세계가 가뭄과 폭우·폭염·폭설 등 온갖 이상 기후로 홍역을 치렀다. 문제는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잦아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제 웬만한 기상이변쯤은 아예 주요 뉴스 축에도 못 낄 정도다. 우리나라도 작년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올해는 계절의 초입부터 전국에 또 다른 이상기후가 나타나면서 일상을 흔들고 있다. 올해는 기온이 아닌 잦은 강우로 인한 2월 일조량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당장 대표적인 봄꽃 축제인 진해군항제가 벚꽃 없이 개화했다. 지자체들이 기후 온난화로 빨라지는 개화기를 고려해 축제를 앞당긴 탓도 있겠다. 하지만 생물학자들이나 기상청은 일조시간 부족을 더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역대 가장 이른 3월 29일 개최하려던 ‘2024 경포벚꽃축제’가 일주일 연기됐다. 22일 열 예정이던 ‘대릉원돌담길 벚꽃축제’나 ‘2024 벚꽃과 함께하는 청주 푸드트럭 축제’도 미뤄졌다. 29일, ‘서울의 봄’을 열려던 ‘여의도 봄꽃 축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통상 우리나라는 진달래 필 무렵부터 아카시아 질 때까지(2월 중순~5월 중순)를 봄철로 친다. 건조한 날씨에 산림청과 소방청이 가슴을 졸인다는 시기지만, 올해는 걸핏하면 비가 내렸다. 3월 일조시간(태양의 직사광이 지표면에 비친 시간)이 작년보다 턱없이 부족했다. 최근 6개월 전국 누적 강수량은 504.7㎜로 평년(1991~2020년)의 150.6%에 달한다. 만성적인 봄 가뭄이 사라진 자리를 일조량 부족이 차지한 것이다. 모든 생물체는 이미 스트레스에 노출됐고, 식물들은 개화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햇빛이 적게 들고 기온까지 들쭉날쭉 하다 보니, 과일이나 채소 할 것 없이 꽃 피는 시기를 헷갈려하는 것이다. 개화를 망설이는 철없는 꽃들은 작물의 수정과 열매 맺음에 결정타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올해 역시 초장부터 긍정적인 작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사과나 배는 물론 딸기 토마토 과일과 고추 호박 같은 채소류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 물론, 여름과 가을철 생육환경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이 3말 4초 봄철 개화기 기상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곧 4월이다. 사과와 배, 복숭아 등 과일이 꽃 피는 시기다.

작년 봄엔 이상고온이 올해 과일 가격을 직격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과일값 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고, 정부는 바나나와 오렌지 등 열대과일을 수입해 시장에 풀고 있다. 하지만 사과·배 가격이 크게 내려갈 것으로 보는 이는 별로 없다. 사과 한 알에 5000원, ‘금사과’ 혹은 ‘애플리케이션(사과로 인한 물가상승)’이란 신조어가 현실 아닌가.

과일값 관련, 올 봄 최대 상수는 일조량이다. 비단 농작물에만 미치는 이슈가 아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햇빛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햇살이 부족한 궂은 날씨는 동물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까지 어둡게 한다. 일조량이 많은 나라는 자살률이 낮고, 우울증 환자 또한 20%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다. 게다가 요즘을 흔히 뉴 노멀(new normal), 혹은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아도 온갖 새로운 가치와 기준에 불안해하는 요즘, 햇살마저 부족해지면 더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찬란한 햇살이 그리워지는 봄이다.

송남석 산업IT국장 songn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