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인화호(號)’ 포스코그룹에 거는 기대 크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4-03-21 14:18 수정일 2024-03-21 14:18 발행일 2024-03-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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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본격 출범한 포스코그룹 장인화호(號)에 국민적 시선이 쏠린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장인화 회장 체제에 찬성 의견을 냈고 의결권 자문사 대부분이 그렇게 권고했었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소액주주 지분이 많아 특정 주주 영향력이 구조상 절대적이지 않긴 하나 회장 선임 방식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 공기업에서 민영화를 거친 사실상의 주인 없는 거대 재벌기업이란 위상도 새롭게 보였다. 장 신임 회장이 이날 내놓은 미래 청사진에는 밑줄을 그을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설계도 그대로 ‘키’를 잡고 쾌속항진하길 바라지만 항로엔 지속가능한 장밋빛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철강, 소재 등 주요사업에서의 사업경쟁력 확보라는 묵직한 과제부터 바로 앞에 기다린다. 유럽의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저탄소·무탄소 철강제품 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흐름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차전지,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핵심사업에서 미래 기회를 추출해내야 한다. 포스코의 본원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 길은 거대한 파고를 넘는 데 비견될 것이다. 새로운 물결 앞의 장 회장은 여러 면에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런 포스코에 더욱 필요한 것은 융합의 정신이다. ‘좋은 게 좋다’ 주의(主義), 포스코 ‘식구’만 감싸는 순혈주의도 상생경영에는 걸림돌이다.

장 회장이 누구보다 익히 알 것이다. 외부 환경도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 정권이 교체되면 회장이 교체되는 역대의 관습 아닌 관습은 이제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초호화 해외 이사회 같은 구설은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갈 길이 바쁘고 먼 데 외풍에 대응하느라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해서는 안 된다. 포스코 흔들기는 당장 그만두는 게 좋다. 총선 등 갖가지 정치적 변수에도 요지부동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날 취임 일성이나 기자간담회를 종합해보면 안심은 된다. 철강 전문가여서 전임 회장 체제가 중시된 이차전지 소재 산업 등이 약화될 거라는 분석은 당분간 안 해도 될 듯싶다. 빠른 기술개발과 투자로 수소환원제철 같은 환경적 가치를 키우는 미래 먹거리 투자를 재점검해야 한다.

특히 장 회장이 구현해야 할 철의 새로운 가치 창조에 우리는 주목하기로 한다. ‘장인화 3년’간 포스코가 순항하면 고용 등 나라 경제와 지방경제 전반의 밑거름이 된다. 포스코그룹 장인화호의 순항을 굳게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