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정규철 실장, 고물가·고금리 등 영향 “올해 내수 작년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24-02-14 12:02 수정일 2024-02-14 13:07 발행일 2024-02-1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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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고물가·고금리로 경기 둔화”
올해 반도체 수출 회복세…“성장률 상승에도 체감경기 오히려 악화할 것”
내수 둔화로 연말 물가상승률 2% 내외 하락 전망
정 실장 “내수 부양 정책보다 거시경제정책 긴축 기조로 운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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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 한국개발원(KDI) 경제전망실장(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이 고물가·고금리·고부채 영향으로 올해 내수가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발간된 미래정책포커스 2023년 겨울호에 게재한 ‘고물가·고금리·고부채 경제 불안의 삼박자’라는 글에서 이 같이 전망했다. 미래정책포커스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발간하는 계간지이다.

정규철 실장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유동성 확대로 최근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3.6%를 기록했다.

정규철 실장은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하고 충분한 유동성 공급은 불가피했지만 그 후유증인 고물가 현상을 피하기는 어려웠다”며 “물가가 오른 만큼 명목소득이 오르지 않아서 실질소득은 오히려 감소했으며 국민 생활이 곤궁해졌다”고 적었다.

정규철 실장에 따르면 이 같은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등 주요 국가가 기준금리를 급속히 인상했고 한국도 기준금리를 0.5%에서 3.5%까지 올리는 등 세계적으로 고금리 ‘시대’를 맞고 있다.

정규철 실장은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고금리까지 겹침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모두 둔화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은 통상 6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고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데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우리 경제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주요국 대부분이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대외 수요가 둔화하면서 한국의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 부진은 낮은 한국 경제성장률로 이어졌다.

정 실장은 “지난해 우리 경제는 1%대 초중반의 낮은 성장세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인 2%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경기가 둔화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한국 경제는 올해도 고물가·고금리·고부채(지난해 2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2%, 기업부채 비율 124%)의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수는 지난해보다 더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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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경제·인문사회연구회)

앞서 KDI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올해 경제전망에서 민간소비는 고금리 기조로 인한 상품소비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지난해(1.9%)와 유사한 1.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 같은 내수 증가세 둔화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3.6%)보다 낮은 2.6%로 전망했다.

정 실장은 내수 둔화를 수출 회복세가 만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전망(KDI 2024년 경제전망에서는 2.2% 예상)된다며 “잠재성장률(2% 내외)을 소폭 웃도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경제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 경기가 인공지능(AI) 서버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는 “반도체산업은 고용 비중이 작고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도 크지 않다”며 “따라서 경제성장률 상승에도 내수 둔화로 고용증가세가 약해지면서 체감경기는 오히려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KDI는 올해 취업자 수는 지난해(32만명)보다 축소된 21만명이 증가하고 실업률(2.7%→3.0%)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실장은 고물가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경기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고금리로 인한 내수 둔화로 인플레이션이 점차 낮아져 올해 말에는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 내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실장은 이에 “내수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기보다는 거시경제정책을 긴축 기조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되고 고금리도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높은 민간부채를 단시일에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해 부실 채권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