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무죄 '항소'…다시 멈춰서는 '삼성 경영시계'

박철중 기자
입력일 2024-02-13 06:00 수정일 2024-02-13 06:00 발행일 2024-02-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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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떠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YONHAP NO-479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는 모습.(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이에 불복한 검찰이 사흘만에 항소하면서 우려했던 경영 불확실성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증거 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지난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이번 항소로 이재용 회장과 삼성전자의 사법 리스크는 또 다른 여정을 예고했다. 1심 재판의 경우 2020년 10월부터 3년 5개월간 107차례 열렸다. 그동안 이 회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을 제외하고 총 96차례 법정 출석했다. 항소심은 최소 1년 이상, 길게는 4년 가까이 진행된다. 만약 검찰이 항소심도 불복해 상고하면 대법원 최종 판단까지 또 다시 2~3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최악의 경우 10년 가까이 사법족쇄에 묶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무죄 선고 이후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향후 대규모 투자와 미래 먹거리 발굴 등에 나서는 삼성의 발걸음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이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인수합병(M&A), 신규 투자 확대 관련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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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회장은 이런 기대감에 부흥이라도 하듯, 1심 판결 후 곧바로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와 말레이시아 삼성SDI 배터리 사업 점검 등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며 현장경영에 나섰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면 1심 때처럼 해외 출장 등에 다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앞서 1심 재판 기간에도 일주일에 1∼2차례 재판에 출석하느라 재판이 없는 명절 등을 이용해 해외 출장을 떠났다. 특히 재계 안팎에서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전세계를 누비며 발 빠르게 움직이며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고, 미중 갈등 등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총수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1심 무죄 판결로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됐고 앞으로 해야 할 이슈에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커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1심 결과가 완전히 뒤집히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도 “다만 이 회장이 또다시 항소심 재판 준비와 출석 등으로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고 봤다.

책임 경영을 위한 등기이사 복귀 시점이 항소심 이후로 미뤄지는 것은 물론 기대를 모았던 대형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등도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또한 삼성의 대형 M&A는 2017년 9조원을 투자한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마지막으로 답보상태다.

박철중 기자 cj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