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선거 때문에 미룬 정책들, 총선이후엔 해법있나

권순철 기자
입력일 2024-01-30 13:51 수정일 2024-01-30 14:20 발행일 2024-01-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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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정치경제부장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주요 국정과제 추진이 4·10 총선 이후로 미뤄지고 있다.

국민 각계 각층에서 이해관계가 다르고 민감한 정책들이기 때문에 총선 전에 정책을 결정했다가는 거센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국면에서 민감한 이슈들을 피해보겠다는 전략으로, 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국민연금·교육개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1일 신년사에서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들 정책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체적인 결정이 미뤄지기 시작했다. 우선 정부는 노동개혁과 관련해 ‘주 69시간 근로’ 논란을 일으켰던 근로시간 개편 방안을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근로시간 제도개편 보완 방향으로 주 52시간제 틀을 유지하되, 우선 적용업종·직종, 연장근로 관리단위 및 상한 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부는 노사정 대화를 거쳐 올 상반기 안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언제 결론이 날지는 불분명하다. 노동계의 한 축인 한국노총도 경사노위 대화에는 복귀하겠다고 했지만 현행 ‘주 52시간’ 근로시간 개편에는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국민연금 개혁안 결정도 하세월이다.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지만 핵심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복지부의 설명은 연금개혁은 충분한 국민의견 수렴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그동안 연금개혁은 정부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수준을 먼저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는 국회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결정하도록 지원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활동시한은 21대 국회 마지막 날이 오는 5월 29일이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22대 국회가 출범해야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교육개혁은 위의 개혁들 보다 낫다. 교육발전특구 설립을 통한 인재양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 영유아 보육과 교육을 함께 실현할 유보통합 통합 등 개혁의 밑그림은 제시됐다. 하지만 교육 관련 정책들도 각 이해관계자들이 이해가 얽혀 있어, 선거국면에서 강력한 추진이 쉽지 않다.

이렇게 총선 6개월 전부터 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총선을 의식해 결정이 보류되고, 총선 이후를 기약하게 됐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고 이들 정책 결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는 그야말로 ‘기대’에 그칠 수도 있다. 오는 4월10일 총선이 끝나더라도 22대 국회가 바로 개원되는 것은 아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는 5월29일이다. 빨라야 새 국회 개원은 5월30일이다. 하지만 역대 국회 개원 상황을 보면 임기 시작 시점보다 훨씬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 개원 전에 여야 합의로 국회의장 및 부의장 선출, 상임위원장 배분 등 난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야 간의 주도권을 놓고 싸움을 하다 보면 7월 또는 늦으면 정기 국회를 코 앞에 둔 8월에야 원구성이 마무리될 수 있다.

이후 곧바로 9월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10월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에나 국회 차원의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총선 전후해서 1년여 동안 시간만 낭비하고 주요 정책들이 표류할 수 도 있다.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