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총수 사법리스크까지…숨죽인 재계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24-01-30 06:31 수정일 2024-01-30 11:14 발행일 2024-01-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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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각사 제공)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삼성과 LG, SK 등 3개 그룹이 오너 일가의 ‘사법 리스크’로 숨죽이고 있다. 재계가 경기 불황 극복, 신사업 추진 등 중요한 시기에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9년째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사면복권받은 ‘국정농단’ 외에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내달 5일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문제는 삼성이 주력인 반도체 사업 과련 부진을 겪는 와중에 이 회장이 이번 재판을 위해서만 1~2주에 한 번 꼴로 법정에 서는 등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재판의 경우 최종심까지 적어도 3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의 사법 리스크는 가중될 우려가 크다.

LG그룹은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을 놓고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씨와 여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이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내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유산을 다시 분할해 달라는 취지다.

경영권 참여를 기대하고 있는 세 모녀는 두 번의 변론기일을 통해 유언장 유무 등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본인들의 주장을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도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한 주장을 일방적으로 되풀이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소성을 벌이고 있다. 2017년부터 이어진 이혼 소송은 현재 7년째다.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 액수를 기존 1조원에서 2조원대로 2배 이상 증액하고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는 30억원대의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노 관장은 김 이사장을 두고 “남의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쏘아붙이는가 하면 “최 회장이 김 이사장에게 쓴 돈이 100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회장도 발끈해 “마지막 남은 재산 분할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얻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