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견기업 ‘피터팬 증후군’ 유예기간으론 부족하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4-01-29 14:22 수정일 2024-01-29 14:23 발행일 2024-0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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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특별법(‘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 한시법의 꼬리표를 떼고 상시법으로 제도화했다. 중소기업 지위 유지 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한 것도 다행스럽다. 바뀐 중소기업기본법을 토대로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진입 유예기간은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그 기간만큼 중소기업 수준의 혜택을 더 받는다. 중견기업이 됐을 때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여주기 위해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기를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중견기업 수는 2017년 40개사에서 2021년 92개사로 증가했다. 실제로 세금상 혜택 등 중견기업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실효적인 지원 면에서는 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기준이 달라졌다고 지원이 갑자기 줄면 기업은 일종의 ‘피터팬 증후군’을 앓을 수밖에 없다. 현장의 필요에 부응해 관련 정책을 전환하고 다른 법과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조율해야 한다.

매출액 1500억원 혹은 자산 5000억원 초과라는 기준에 따라 중견기업이 되면 그때부터 불리해지는 건 세제 지원만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공공조달 시장 참여, 인력 지원 등이 중단된다. 그러면서 규제는 강화된다. 2022년 중견기업에서 벗어난 432개 기업 중에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곳도 있지만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곳도 많다. 다양한 원인을 요약하면, 신생 중견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잘 받쳐주기 못해 생긴 일이다.

제조업 비제조업을 통틀어 528개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신규 진입했다. 중견 상용소프트웨어 기업에 다수공급자계약 제도 적용을 앞두고 중소기업에 머무르려는 것이 그러한 예다. 기업이 성장 제한을 고민하지 않도록 가점 부여 등 인위적인 지원이 아쉬운 대목이다. 기업 지위 간 차등을 두는 목적이 기업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중견기업을 법적 카테고리에 담은 것으로 만족하지 않기 바란다. 매출액 기준을 완화해 중소기업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중견기업들은 조세 혜택, 금융 지원에 가장 목말라 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위상을 키우고 혁신성장이 가능하며 각 전문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도록 키우는 방법이 무엇이겠나.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할 기간을 늘려주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대기업·중소기업 사이 샌드위치 같은 신세가 아닌, 전체 기업의 등뼈 같은 존재로 키워내야 한다. 중견기업이 다운그레이드를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매출 1조원 이상 우량 중견기업으로, 그리고 대기업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