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반도체 '장밋빛 전망'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4-01-28 13:11 수정일 2024-01-28 13:12 발행일 2024-01-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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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 때보다 골이 깊었던 반도체 시장 침체를 뚫고 훈풍이 감지된다. 메모리 반도체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1년 내내 평균판매가격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근거 있는 전망의 핵심 모멘텀은 ‘AI 붐’일 것이다. 더블 데이터 레이트(DDR)5,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수요 급증에 더해 가격 상승만큼 호재는 없다. 작년 4분기에 5분기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SK하이닉스가 이를 선제적으로 보여줬다.

올해 인공지능(AI) 전방 산업이 본격 꽃을 피울 것은 확실시된다. 그럴수록 우리와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다투는 주요국 동태도 잘 살펴야 한다. 막대한 정부지원금으로 내수시장을 키우는 중국, 여기에 반도체 규제를 내놓고 견제에 나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 공급망 압박이 거세진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굳히려는 대만은 연초부터 최첨단 1㎚(나노미터·10억분의 1m) 웨이퍼 생산공장 추가 건설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술 패권의 선공만 허용하면 안 될 입장이다.

인공지능 반도체에 햇빛이 들지만 PC, 스마트폰 등 기타 반도체의 현재는 밝지 않다. 3~4년 전 서버 출하량에 실적 반등을 맡기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사방에 반도체 생태계 중심국 부상을 꿈꾸는 유럽연합(EU) 등 쟁쟁한 경쟁국들이다. 30년 전의 영광은 사라졌지만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이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는 일본도 올해 반도체 강국으로 완벽한 부활을 꿈꾼다. 역시 얕봐서는 안 된다.

다시 ‘장밋빛’ 섞인 전망을 하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작년 4분기부터 전 분기 대비 15% 이상 상승했다. 올 1분기에도 모바일 D램을 중심으로 20%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 D램과 낸드 모두 2분기에는 오르리라 전망되며 그다음은 전통적인 성수기인 3분기다. 그렇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도 반도체 회복 사이클이 조금 늦어질 수는 있다. 우려가 아직 덜 가신 상태다.

올해는 특히 생산량 조절 전략, 즉 감산 정책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AI 시장 확대에 따른 공급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가져오는 블랙 스완이 도처에 있다. 충분히 예상되지만 간과하기 쉬운 회색 코뿔소에도 대비해야 할 한 해다. 실적 풍향계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좋은 성적표를 고대해본다. 기술 초격차부터 시장 선점까지 우리가 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