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OCI·한미 통합’…경영권 분쟁에 소송까지 '난기류'

도수화 기자
입력일 2024-01-25 06:37 수정일 2024-01-25 06:37 발행일 2024-01-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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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OCI
(왼쪽부터)한미약품 본사와 OCI홀딩스 본사 전경(사진제공=각 사)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 작업이 한미그룹 내 경영권 분쟁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OCI홀딩스 측은 기존에 발표한 대로 내년 3월까지 브랜드 통합 작업을 완료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미 내 경영권 분쟁이 ‘화해 모드’와는 멀어지고 있는 만큼 통합 지연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23일 예정됐던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의 두 번째 만남을 잠정 보류했다. 양 그룹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임 사장이 지난 17일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만큼, 신중하게 추가 만남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이 회장과 임 사장은 그룹 통합 발표 직후인 14일 처음 만나 통합법인에 대한 대화를 나눈 후 23일 두 번째 회동을 가지기로 했다. 하지만 첫 만남 이후인 17일, 임 사장 측이 그룹 통합 반대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고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만남도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첫 심문기일은 내달 7일로 잡혔다.

이우현 회장은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임 사장과의 추가 만남 가능성에 대해 “법적조치가 진행 중이라 조심스럽다”면서도 OCI 측에서 어떤 설명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첨단화학소재 전문기업인 OCI그룹과 제약업체인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12일, 통합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국내 첫 사례인 ‘이종산업 간 합병’을 통해 독일의 ‘바이엘’처럼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포부였다. 이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통합에 대해 사전에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합심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의 갈등 구도가 형성됐고, 집안 싸움으로 번졌다.

임 사장 측은 23일 개인 입장문을 내고 한미 측으로부터 아직까지도 OCI그룹과 체결한 계약서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주주로서 중요한 투자 정보라고 판단되는 부분이 누락 혹은 지연돼 가처분 신청을 하게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 측은 “임종윤 사장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서 창업주 가족이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계약의 주체는 본 계약에 참여한 주주간 거래”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통합 작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OCI홀딩스 관계자는 “그룹 통합이 최대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