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면세점·영화관 침체의 교훈

이형구 기자
입력일 2024-01-23 14:09 수정일 2024-01-23 16:45 발행일 2024-01-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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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생활경제부장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선언된 후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좀처럼 실적이 회복되지 않는 업종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면세점과 영화관이다.

한국면세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4512억원으로 집계됐다. 12월 매출 예상분까지 고려하더라도 지난해 매출액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 수요가 완전히 끊겼던 2020년 수준에 못 미친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09년 3조8000억원에서 계속 증가해 2016년 10조원을 돌파했고,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는 24조8586억원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2020년 15조원대로 급감했고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7조8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는 본격적인 ‘엔데믹’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회복 추세로 접어들었는데도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코로나 기간보다 못한 셈이다.

업계는 실적 부진의 원인을 보따리상 감소와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 지연에서 찾고 있다.

중국 내 경기 부진으로 구매력이 줄어든 데다 여행 트렌드가 단체관광에서 개별 관광 중심으로 바뀐 탓이다. 코로나 기간 4분의 1토막이 난 면세점 방문객 수는 절반 가까이 회복됐으나 매출은 코로나 때보다 못한 상황이다.

영화관도 상황이 비슷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영화관 전체 매출액 732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팬데믹 이전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11월 전체 매출액 평균(1347억원)의 54.3% 수준에 그쳤다.

영화계에서는 이처럼 영화관 부진의 원인으로 가격인상과 OTT의 성장을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영화관에 가는 대신 OTT 플랫폼으로 영화를 소비했던 관객들이 극장으로 되돌아 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되살아나지 않는 면세점의 실적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세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기간에도 우리는 이 역병이 멈추면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역병이 잠잠해진 이후에도 우리가 이전에 알고 있던 ‘일상’은 돌아오지 않았다.

과거 퇴근 후 직장 동료들끼리 모여 왁자지껄한 술자리를 가지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던 풍경은 사라졌다. 이제 사람들은 거의 집에서 취미를 즐긴다. 홈카페, 홈트레이닝 등이 유행하고, 주말에 가족 연인과 함께 가던 영화관 나들이는 ‘넷플릭스’가 대체했다.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여 떠나던 여행도 이제 혼자 혹은 둘이서 오롯이 떠난다. 면세점과 영화관의 침체는 바뀐 일상에서 어쩌면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떠오르는 직업도 바뀌고 있다. 비대면 접촉의 증가에 따라 배달 라이더들은 이제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직업군이 된 반면, 과거 아파트 단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었던 가정방문 학습지 교사는 더 이상 보기 힘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일상의 모습에 적응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속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리셋할 필요가 있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