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 비중 30% 육박… ‘경공업 2.0’을 대하는 자세

사설 기자
입력일 2024-01-22 14:15 수정일 2024-01-22 14:15 발행일 2024-01-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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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서 경공업 제품군의 비중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중심으로 산업이 개편된 이래 꾸준히 감소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화장품과 식품 등 소비재 수출이 굳건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한국무역협회 K-stat 통계로는 지난해 경공업 제품 수출 비중은 29.8%를 기록했다. 30%에 육박한다. 1993년(30.0%)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다.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시장 등으로 뻗어나가는 한류와 K-콘텐츠에 힘입은 바 크다. 시장 개척의 동인으로 잘 살려야 할 ‘열풍’이다.

그러면서도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측면이 있다. 한때 32%까지 이르던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이 지난해 20%를 밑돌았다. 3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1990년대 이래의 주력 산업 성장, 2000년대 이후 IT·첨단산업 수출 전선, 무엇보다 IT 강국 대한민국 위상에는 적잖이 금이 가는 일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경기에 민감한 중간재의 수요 부진이 일시적이길 바라는 이유다.

지금의 ‘반전’이 머리카락과 다람쥐, 은행잎까지 모아 저가로 팔던 시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북미, 유럽 등 선진국 주류 사회에서의 한국 뷰티 제품의 인기는 고품질에 기인한다. 그에 비할 때 전체 수출의 약 5분의 1을 차지해온 핵심 수출품 반도체의 부진은 뼈아프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은 산업 수출 중 6대 산업의 비중이 늘어나는데 우리가 줄어드는 게 더욱 문제다. IT 제품, 중공업, 중국 시장이 트렌드였던 우리 산업 구조의 대변화나 제품 생산지의 해외 이전 등 요인들을 물론 감안해야 한다. 어떻든 수출시장에서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차 등 6대 국가 첨단전략산업 점유율이 2018년 8.4%에서 2022년 6.5%로 밀리는 점은 심각성이 있다. 수출 지형 변화와 구분해 대응할 문제다.

소비재가 다시 주력 수출품에 합류해 주목받는 경공업, 뿐만 아니라 중화학공업. 중공업, 첨단산업은 모두 소중하다. 뷰티업계가 해외 진출의 날개를 달고 경공업 제품 수출을 늘려 반갑다. 경공업 2.0 시대로 일컬어도 좋을 성과다. 그것이 주력산업 몰락과 신성장산업 실종의 반사적인 결과물로 흘러서는 안 된다. 폴란드에서 방산 수출 수주 잭팟을 터뜨리고도 국회 입법 지연으로 2차 수출 계약에 발목이 잡혀 쩔쩔매고 있으니 안타깝다. 첨단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경제 혁신이 정말 절실하다. 22일 관세청 집계로는 올해 20일간 교역량이 저조하다. 이제 시작이다.

경공업과 IT 및 중화학공업이 쌍끌이 전략으로 가는 수출 플러스 기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