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형 ISA, 즉 국내주식과 펀드에만 투자하는 상품도 별도 신설한다. 재산 형성을 돕는다는 취지는 알겠는데 서민 목돈 마련과 직장인 세(稅)테크에 활용되는 대표적 절세형 투자상품을 꼭 이래야 하는지, 분리과세만 적용하더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자 가입을 허용하는 확대 방향이 바람직할지 의문이다. 한 달도 안 돼 쏟아진 20여건의 감세와 현금성 지원 등의 연장선에서 문제점이 짚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럴싸하게 포장해도 선심성 부자감세, 총선용 포퓰리즘 대책이라는 시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도 그렇다. 부과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1%도 안 되는데 세수는 1조원 이상 줄어든다. 시중은행 상생금융도 뒤집어보면 실적 타격을 동반한다. 8년 전 ‘이사(ISA)할 고객’이 많을지 반신반의하며 도입된 ISA에는 그래도 488만명 이상이 가입했다. 주식, 리츠, 펀드, ELS(주가연계증권), RP(환매조건부채권) 등 여러 상품을 계좌에 담는 이점에 투자금액이 23조원을 넘어섰다. 손댈 일 있다면 순기능을 잘 살리도록 보완하면 된다.
중장기적 자본 선진화 방안 대신, 반짝 눈길을 끄는 졸속 대책으로 경제난을 돌파할 수 없다. 이번을 포함해 한 달 새 발표된 대책들의 소요 재원은 분석된 것만 10조원 이상에 이른다. 재정 적자에도 펴는 감세 정책은 조세 원칙 훼손, 또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 제도 개편 또는 개혁의 이름으로 ISA 세제 혜택까지 늘리면 세수 감소 폭은 더 커진다. 혹시라도 4월 총선만 잘 치르면 끝이 다 좋다는 허상은 버려야 한다.
실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ISA 혜택 확대를 포함해 최근 발표 대책의 절반 이상은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 실효성은 그만두고 현실적 입법 여건에서 속도 내기 어려운 구도다. 총선 3개월을 안 남긴 시점의 무원칙한 감세 정책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더 밀어내지 않은지 생각해볼 문제다. ‘상생’이 만능열쇠는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