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 택해도 물가·경제 불안 살펴야 한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4-01-16 14:19 수정일 2024-01-16 14:19 발행일 2024-01-17 19면
인쇄아이콘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민생안정대책은 유동성 공급에 ‘역대급’ 비중을 뒀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39조원의 자금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840억원을 투입해 농산물 할인을 확대해 ‘설 특수’를 체감시키겠다는 목표도 추가했다. 물가안정, 민생 지원 및 격차 해소 등은 명절이 아니어도 늘 시행해야 할 정책 과제다. 정치의 구실, 정당의 역할이 민생을 챙기고 올바른 정책을 펴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민생 없는 민생 담론에 그치고 만다.

대내외 경제 불안, 고물가 위험에도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한 것은 다소 부담이다. 물가에서는 진심인 것 같던 정부가 재정이 수반되는 지원에 나서니 더 생소하다. 더딘 내수 경기 속에서 지체된 민생 여건을 돌보겠다는 의지는 나쁘지 않다. 소상공인 이자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자금 공급, 하도급 대금 조기 지급 등은 명절이 아니라도 필요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자금 유동성을 키우는 것이 경기 부양에 어떤 도움이 될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당정이 경제 회복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려면 야당과의 협치 없이 가능한 정책만 시행해서는 안 된다. 야당 또한 민생경제 회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정치 회복은 민생을 살리는 좋은 수단이다.

누구든 ‘민생 걱정은 덜고 활력을 더하는 설 명절’ 정책 목표에 반대할 근거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보야, 문제는 민생경제 살리기야’라는 총선 슬로건처럼 진행되면 문제다. 민생경제 여건이 쉽다는 게 아니다. 중동 사태로 세계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보호무역주의 확산, 내수 회복세 둔화에 가계부채, 구조조정 등 내부 취약 요인에 대해 효과 있는 정책도 제시해야 한다. ‘두더지 때리듯이’라도 물가를 잡아야 할 판에 튀어나온 대책 아닌가. 불가피한 재정 투입이라 설명하지만 불안하게 보이는 이유다. 서민과 취약계층 소득기반 약화의 근원을 똑바로 응시해야 한다.

민생이 어려워지는 본질은 사실 따로 있다. 내부 부진, 장기적인 성장전략 부재, 일관성 없는 경제 정책 등에 대한 근원 치료에도 나서야 한다. 취약계층과 영세 소상공인 등의 민생 어려움을 가중하는 진짜 원인을 모른 척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 재정 지출의 비효율성 부분 또한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정부에 대해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취지로 비판한 바 있다. 4년 전 문재인 정부 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명절 자금 지원과 관련해 불거진 총선용 포퓰리즘 시비가 다시 나온다. 물가 변동성에도 유념해야 한다. 민심을 잡기 위한 선택이 아닌 경제를 살리는 선택을 해야 진정한 민생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