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해 리스크’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 최소화해야

사설 기자
입력일 2024-01-14 13:32 수정일 2024-01-14 13:33 발행일 2024-01-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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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14주 연속 하락세지만 중동 불안으로 국제유가 전망은 다시 미궁 속에 빠져들고 있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를 지나는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을 공격한 이후 수에즈 운하의 관문이 막혔다. 항로가 살얼음판이 되면서 경제의 핵심 공급망이 위협받는다. 이란이 미국 유조선을 나포한 호르무즈해협까지 위험도가 급상승 중이다. 우리 국적 선박들은 홍해 대신 아프리카 항로로 우회하는 바람에 해상운임이 두 배 이상 치솟기도 한다. 납기가 급한 일부 중소 선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수에즈 운하를 직통할 경우의 안전까지 챙겨야 할 상황이다. 국제 유가와 무역망 파장이 우려스럽다.

글로벌 물류의 동맥 두 곳이 위협받으니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중동 분쟁의 한복판으로 휘말린 세계 경제에 주름살이 예고된다. 우선, 세계 10대 컨테이너 선사들이 홍해 항로에서 잇따라 철수하면서 생산과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수송로가 막히자 한 달 가까이 독일 공장을 멈춰 세운 테슬라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는 없다. 한국 수출을 견인하는 자동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타격이 예상된다. 자동차는 주력시장이 미국 쪽이라 영향을 덜 받는다는 식의 사고는 안일하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의 10.8%를 유럽연합(EU)이 점유해 역대 최고였다. 기계와 철강 수출 등을 중심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효과가 빛이 가리는 등 파장이 다각적으로 전개되지 않게 해야 한다.

홍해 항로 정상화까지 최소 2개월이라고 본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 흐름은 반전된다. 국제유가 반등은 전 세계 경제를 고유가와 고물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 속에 몰아넣는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국내 수입의 약 70%를 차지하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인상이 뒤따르는 건 필연이다. 현재의 에너지 도입이 정상적이라 해도 일련의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때를 봐야 한다. 여러 정황상 중동을 둘러싼 긴장은 단기간 내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정부 비상대책반회의를 통해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대응해야 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0.5%p 상승 전망은 호들갑이 아니다.

수출 선적과 에너지 도입에 당장 큰 지장이 없다 할지라도 사태가 더 나빠질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하늘길을 택하는 수요가 늘면 항공운임도 뛴다. 반도체는 항공기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식의 대응은 안 된다. 수출 상승 흐름세인 한국의 핵심 공급망이 위협받는 중대 사안이다. 중동발 공급망 혼란과 에너지 가격 인상의 겹악재가 우리 경제를 덮치지 않도록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