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탁란(托卵)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4-01-15 14:21 수정일 2024-01-15 14:22 발행일 2024-0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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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나 두견새는 다른 새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고 기르게 한다. 그 둥지의 새는 그 알을 자신의 알로 알고 정성껏 품어 부화시킨다. 이렇게 다른 새의 둥지를 빌어 알을 낳고 기리는 것을 탁란(托卵)이라고 한다. 알을 위탁했다는 뜻이다.

뻐꾸기 목에 속하는 일부 조류 종이 탁란을 한다. 탁란을 하는 새는 총 9000여 종의 전체 조류 가운데 1% 정도에 불과한 102종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별다른 노력 없이 유전자를 보존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매우 현명한 수단이다. 하지만 남의 알까지 부화해 주는 새 입장에서는 엄청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알을 맡긴 어미새가 기존 숙주의 알을 먹어치워 바꿔치거나, 기존의 새보다 먼저 세상에 나온 새끼가 둥지 안의 다른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존 둥지의 어미새는 탁란한 새가 다 자랄 때까지 자신의 새끼인 줄 알고 먹이를 가져다 준다. 어미새는 탁란조의 새끼가 자기와 확연하게 생김새가 다르고 몸집도 다름을 알면서도 조류의 본능적 습성 상 계속 먹이를 가져다 주고 나는 법 까지 가르쳐 준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