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초기지', 베트남 사업에 공들이는 효성…왜?

도수화 기자
입력일 2023-12-28 06:25 수정일 2023-12-28 06:25 발행일 2023-12-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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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 회장(왼쪽)이 2022년 12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이 2022년 12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베트남 사업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는 모습(사진제공=효성)

효성이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핵심 사업의 전초기지인 베트남에서 투자를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탄소섬유 등 첨단소재 분야에서의 확장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27일 효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섬유,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정보통신 등 핵심 사업의 생산망을 베트남에 대거 구축, 수출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효성의 스판덱스(점유율 32%)와 타이어코드(50%)는 단일 기준 최대 규모의 공장이 베트남에서 운영되고 있다.

효성이 베트남 사업에 공들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조현준 회장은 베트남이 ‘포스트 차이나’로서 글로벌 제조 생산 기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선제적인 투자를 해왔다.

2007년 호치민 인근 동나이 지역에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효성은 현재까지 약 35억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자해 총 8개의 현지 법인을 만드는 성과를 일궜다. 효성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서만 32억달러(4조150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으며, 올해 매출도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규모만 놓고 봐도 효성은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 기업 중 세 번째를 차지한다.

올해 초 조 회장은 베트남 신사업을 전담할 조직 ‘팀 빅토리아’를 신설하기도 했다. 미래 먹거리이자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탄소섬유 등 첨단소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도 추진 중이다. 탄소섬유는 무게는 철의 4분의 1이면서도 강도는 10배 높아 철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다. 자동차는 물론 방산, 우주항공 분야 등에 사용돼 미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탄소섬유 수요는 지난해 15만톤에서 2025년 24만톤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9월 533억원을 출자해 베트남에 탄소섬유 생산 신규법인 ‘효성 비나 코어 머티리얼즈’를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전주공장의 탄소섬유 설비 증설을 예정보다 앞당겨 이달 초 2500톤 라인의 가동을 시작했다. 효성첨단소재는 오는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설비를 연산 2만4000톤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베트남 광남 공장에 주력사업인 타이어코드(섬유재질의 타이어 보강재) 생산라인 증설을 결정하기도 했다.

다만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 경감은 과제로 꼽힌다. 효성첨단소재의 부채비율은 올해 9월 말 기준 286%로 집계됐다. 순차입금은 지난 2021년 말 1조5087억원에서 올해 9월 말 1조7823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의 신용 등급 전망은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내렸다.

베트남 공장 생산 차질로 인해 수년간 효성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온 효성화학 역시 신용등급 전망이 변경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효성화학에 대해 “대규모 설비투자로 재무부담이 많이 증가했고 폴리프로필렌(PP) 업황 둔화와 베트남 법인 실적 부진이 지속돼 재무안정성 지표가 큰 폭으로 저하됐다”며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