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에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 압박 부담...가맹점주들 “가격 인상 조정해야” bhc치킨 “수익 개선 위한 방안 모색, 점주 의견 경청할 것” 연말 치킨값 ‘도미노 인상’ 이어질까 우려도
bhc치킨이 가격 인상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본사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튀김유 값을 내렸지만,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가맹점주들이 가격 조정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bhc R&D 센터에서 개최한 bhc치킨 전국 가맹점 협의회 ‘2023 하반기 간담회’에서 가맹점주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가격 조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 비용과 배달 주문 중개 수수료 부담,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 악화돼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가맹점주는 “이대로 가면 가맹점 수익이 악화돼 결국 적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 이번 튀김유 공급가 인하처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본사 측 조치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는 “가격을 동결한지 2년이 넘었는데, 가맹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품에 대한 소비자가 조정이 필요하다”며 “전반적으로 형성된 치킨 물가 범위에서의 가격 조정이라면 소비자들의 이해는 물론 가맹점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수차례 요구한 가격 조정이 이제는 이뤄져야 한다”라며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실제로 bhc치킨이 마지막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은 2021년 12월로, 당시 일부 ‘해바라기 후라이드’와 ‘뿌링클’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1000~2000원 인상했다. 경쟁사인 교촌치킨이나 BBQ가 가격을 올릴 때도 bhc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bhc치킨 본사는 지난 16일부터 자체 튀김유인 ‘고올레산 해바라기유’의 가맹점 공급 가격을 15㎏ 기준 지난 8월 대비 24% 인하한 상태다. 이번 공급가 조정은 지난 11월 2만1000원을 내린 데 이어 40여일 만의 추가 인하로 인파폭은 4500원이다. bhc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총 6번의 튀김유 인하를 단행했고, 이번 인하로 튀김유 공급가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본사가 튀김유 공급가를 인하하자, 업계에서는 ‘뿌링클’ 등 bhc치킨의 주요 메뉴 가격 인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가맹점주들의 가격 인상 요구 소식이 들려오자 업계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bhc치킨의 가격인상이 가뜩이나 치킨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여론이 안 좋은데 bhc치킨의 가격인상이 업계 전반에 역풍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치킨이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소비자 관심도가 큰 품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통업체들이 1만원대의 가성비 치킨을 잇달아 선보이는 상황에서 가격인상은 매출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 7일 ‘당당 두 마리 옛날 통닭’을 출시하고 회원을 대상으로 9990원에 판매했다. GS25는 쏜살치킨의 가격을 기존 1만3000원에서 1만1900원으로 낮췄다.
이같은 상황에서 bhc치킨이 가맹점주들의 요구대로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연말 특수를 겨냥해 가성비 치킨을 모두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만큼, 치킨업계도 가격 인상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