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넥스트 팬데믹’ 대응해야 할 K­제약·바이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9-19 14:46 수정일 2023-09-19 14:46 발행일 2023-09-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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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다음으로 도래할 새로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어떤 모습일까. 언제 재연될지 모르고 정체를 모를수록 신종 감염병, 미지의 감염병 ‘질병 엑스(Disease X)’에는 대비가 철두철미해야 한다. 산업적 측면 외에 잠재적 의약품 부족 상황과 의료 대응 역량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엔데믹을 말하면서 넥스트 팬데믹을 미리 내다보는 선제조치가 요구되는 이유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의 행보는 이를 겨냥해 빨라지고 있다. 외부기관과의 협력. 기업과 기관들이 공동 대응에 머리를 맞대는 국제 협력 체제는 이제 예삿일처럼 됐다. 코로나19 이전과는 두드러지게 다른 현상이다. 모더나가 국내 대학 산학협력단과 백신 개발을 진행한다. 전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는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와 손잡는다. 신종 감염병에 대비한 임상시험을 국내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K­제약·바이오의 달라진 위상은 백신 생산 공정과 생산 역량 기반 확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간략히 파트너십과 네트워크 형성으로 줄여볼 수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 기술 내재화의 한계를 해소해준다는 장점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의 일상회복은 백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면 틀리지 않다. 추산하자면 국내에서 15만 명 이상의 사망을 예방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움직임은 미지의 신종 감염병에도 선제적으로 맞춰져야 할 것이다. 연구개발(R&D) 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대외 협력,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미국 측과의 항바이러스제 공동 개발 계약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새롭게 등장할 백신 플랫폼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이 인플루엔자(독감)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넥스트 팬데믹 관련 백신산업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 코로나19뿐 아니다.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독감 환자가 늘면서 백신 패권 경쟁이 가열차다. 프리미엄 고가 백신을 내세우는 해외 제약사들에 맞서 백신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내기란 만만치 않은 과제다. 정부도 원부자재 산업이라든지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위한 규제 혁신 등 가능한 지원을 해야 한다. 대규모 감염병 보건 대응 체제 구축은 인위적인 생물무기 테러나 생물무기전쟁 등으로 촉발되는 경우까지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세계 제약사와 기관들의 공조 모드 이면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까지 주시할 때다. 넥스트 팬데믹 국면에서는 제약·의료주권 차원에서 접근하게 될 것이다. 확실히 이전과 달라질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