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부채를 떠안은 김동철호(號) 한전의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재무정상화다. 구조조정과 추가 구조조정은 일상의 언어가 될 것이다. 취임 직후부터 4분기 전기요금 조정 현안이 압박해도 피하지 않아야 한다. 연결 기준 총부채 200조원을 넘어선 재무 위기의 탈출구는 뼈를 깎는 자구 노력에 있다. 자산 매각, 전력설비 건설 이연 등 재무구조 개선은 착실히 이행해야 한다. 올해 추가 영업손실이 나면 신규 한전채 발행 한도는 쪼그라든다. 이렇게 가면 부채는 2027년 226조300억원까지 늘어난다. 적자 수렁 탈출의 해법은 고강도일 수밖에 없다. 다른 길, 다른 퇴로는 닫혀 있다.
신임 사장이 중량감 있는 정치인 출신이라 하더라도 상상 초월의 초능력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대처하기 힘든 수준이다. 신재생에너지 계통설비 투자가 저조할수록 전체 계통 불안전성이 높아진다는 사실 하나를 풀자 해도 전기요금 현실화는 불가피하다. 한전이 다시 신발끈을 조이기 전에 간판 공기업 한전이 어쩌다 향후 5년간 부담할 이자만 24조원에 이른 만신창이 처지가 됐는지, 깊이 자성해봐야 한다. 강력한 쇄신 동력을 주입할 외부 인사로서의 장점 발휘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 중심에는 정치를 배제한 요금 조정, 즉 ‘정치 요금’ 구조를 비용에 기반한 전기요금 현실화로 돌려놓는 일이 있다. 발전 원가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구마저 외면했던 잘못된 루틴과 결별하려면 내년 4·10 총선은 잊어야 한다. 전략적 판단이 개입되면 결과는 필패다. 투명하고 공정한 자산매각 처리도 중요한 업무다. 어떤 성격의 인사든 한전 사장직은 방만한 경영과 조직을 뜯어고칠 리더십 없이는 오르지 않아야 할 자리다. 그래서 독이 든 성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인 한전의 정상화를 이뤄낼 용기와 결단을 보고 싶다. 신임 사장의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 그런 것보다 공기업 운영 역량과 쇄신 의지를 일단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