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류진號', 한경협 앞에 놓인 핵심 난제 3가지

박기태 기자
입력일 2023-08-29 06:17 수정일 2023-08-29 17:38 발행일 2023-08-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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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근절·외연 확장·싱크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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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사진=전경련)

우여곡절 끝에 류진호(號)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출항했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파고가 적지 않다. 정경유착 근절과 외연 확장,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의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변경하고 새 회장에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아울러 목적 사업에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사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지속 가능 성장 사업을 추가했다.

한경협 명칭은 주무 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정관 개정을 승인한 이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된다. 산업부 승인은 9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전경련의 새 이름인 한경협은 1961년 창설 당시의 명칭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는 새롭게 태어난 한경협에서는 정경유착을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결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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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초대 회장에 오른 류진 회장도 취임 일성 역시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를 끊어내겠다”였다. 그 일환으로 윤리경영위원회 설치를 중심으로 한 내부 검토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윤리경영위원회는 일정 금액 이상이 소요되는 대외사업 등이 회원사에 유무형으로 부담을 주는지 심의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여기에 더해 사무국과 회원사가 지켜야 할 윤리 헌장도 채택했다. 류 회장은 “모든 중요한 사항은 윤리위를 통해 국정농단 사태가 다시는 안 나도록 장치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창설 이후 재계 맏형 역할을 해오던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국정농단 사태와 친정부 성향 단체 지원 창구란 오명을 쓰고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그룹 등 주요 회원사들을 잃었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 600곳이 넘던 회원사는 420여개로 쪼그라들었다.

그런 만큼 한경협이 국내 대표 경제단체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외연 확장이란 숙명을 안고 있다. 지난 22일 임시총회에서 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면서 회원사 지위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그룹 계열사가 복귀했다. 4대 그룹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에는 일부 계열사가 명목상 회원으로 남아 있었다. 4대그룹 중 한경연 회원사는 삼성 계열사 5곳(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과 SK 4곳(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현대차 5곳(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 2곳(㈜LG·LG전자) 등이다.

하지만, 4대그룹이 회비를 납부하고 회장단에 참여하는 등 실질적으로 복귀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삼성증권은 회원사에 합류치 않기로 결정했다. 4대그룹은 2016년 전경련을 탈퇴하기 전까지 전경련 회비의 70%를 분담해 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대의 변화에 발 맞춰 회원사 영역도 넓힐 필요가 있다. 류 회장도 “한경협은 구태를 깨고 젊음과 다양성을 수용하는 재계 대표 단체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경련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대표 빅테크에 이어 하이브 등 엔터테인먼트기업에게도 회원사 가입을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류진號 한경협은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같은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의 전환도 이뤄내야 한다. 류 회장이 2020년부터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CSIS는 초당파적인 연구 성과를 낸다는 평가를 받는 싱크탱크다. 류 회장은 ‘전경련이 추구하는 가치 모델’을 묻는 질문에 “미국 헤리티지재단도 좋지만 미국 CSIS를 생각하고 있다”며 “중립적이고, 모든 분야 이슈를 다루며, 필요한 정보를 (회원사에) 많이 줄 수 있다”고 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