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바꿈하는 한경협, 삼성 등 주요그룹 ‘헤쳐 모여’ 가능할까

박기태 기자
입력일 2023-08-21 06:22 수정일 2023-08-21 06:22 발행일 2023-08-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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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로의 새 출발을 앞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계 맏형 위상 회복’ 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삼성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전경련 재가입 ‘조건부 승인’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SK, 현대자동차, LG를 포함한 4대그룹의 전경련 일괄 복귀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만약 전경련이 4대그룹을 다시 회원사로 받아들이면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로 거듭난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4대그룹이 순차적으로 탈퇴한 지 6년여 만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감위는 지난 18일 삼성생명 서울 서초사옥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전자·SDI·생명·화재·증권 등 5개 계열사에 “(전경련) 재가입 여부는 각 이사회와 경영진이 결정하라”고 전달했다. ‘정경유착 행위 발생 시 즉시 탈퇴’, ‘운영·회계 투명성 확보 방안 검토’ 등 단서 조항을 달았지만, 사실상 전경련 복귀를 허락한 것이어서 삼성전자 등 삼성 5개 계열사는 조만간 임시이사회를 열어 전경련 재가입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점쳐진다.

준감위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권고에 반할 경우 이를 공표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삼성 5개 계열사의 이사회는 준감위 권고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전경련 복귀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의 회원 자격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명칭을 한경협으로 변경하고 한경연을 흡수·통합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삼성 등 4대그룹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한경연 해산과 동시에 한경협 회원사 자격을 자동으로 획득하게 된다. 4대 그룹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은 탈퇴했지만, 한경연에는 일부 계열사가 명목상 회원으로 남아 있다. 4대그룹의 한경연 회원사는 삼성전자 등 삼성 5개 계열사를 비롯해 SK 4곳(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현대차 5곳(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 2곳(㈜LG·LG전자) 등이다.

그런만큼 삼성 5개 계열사는 늦어도 전경련 임시총회 전인 오는 21일까지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전경련 재가입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도 4대그룹 등에 임시총회 전까지 재가입 여부를 밝혀달라고 통보한 상태다.

삼성 5개 계열사가 한경협 가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나머지 3개 그룹도 일괄 복귀 할 공산이 크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전경련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며 “가능하면 시너지를 많이 내서 지금의 어려운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데 필요한 동반자 관계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5월 전경련이 주최한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행사 ‘갓생한끼’에 첫 번째 연사로 참여하는 등 전경련 위상 회복에 적극 힘을 보태고 있다.

4대그룹의 복귀가 실현되면 전경련은 과거 재계 맏형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대그룹은 2016년 전경련을 탈퇴하기 전까지 전경련 회비의 70%를 분담해 왔다.

여기에 더해 재계 5위 포스코그룹과 이차전지로 대기업 반열에 오른 에코프로그룹도 전경련 가입 의사를 타진 중인 만큼, 향후 재탄생할 한경협은 현재의 전경련에 비해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재계는 분석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들어 전경련은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의 구성을 주도하는 등 국내 대표 경제단체로서 역할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4대그룹까지 복귀를 결정한다면 국정농단 사태로 추락한 위상을 되찾고 본격적인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