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유치 불똥 튈라… 재계, ‘잼버리 구원투수’로 나섰다

박기태 기자
입력일 2023-08-08 06:44 수정일 2023-08-08 06:44 발행일 2023-08-08 5면
인쇄아이콘
잼버리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이 지난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를 위해 짐을 옮기고 있다.(사진=연합)

폭염 속 준비 소홀과 운영 미숙, 성범죄 의혹과 부실 대처 등 갖가지 논란을 낳으며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재계가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혹여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재계의 발걸음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잼버리 행사장을 향하도록 재촉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주요 그룹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앞다퉈 물적·인적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잼버리 참가자들의 온열 질환을 예방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 1일 개막한 새만금 잼버리는 개막 초기부터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자 속출과 비위생적인 화장실, 부실한 식사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참가국 중 가장 많은 대원을 보낸 영국 대표단은 조기 퇴소의 뜻을 밝혔고 미국 역시 철수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재계 1위 삼성은 온열 환자 예방과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의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11명을 잼버리 현장으로 급파했고, 연수 중인 신입사원 150여명에게는 쓰레기 분리수거 등 환경미화 활동을 돕는 미션을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간이 화장실과 전동 카트, 건강 음료, 전기차 등을 제공하며 잼버리 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잼버리에 참가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픈 캠퍼스’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이를 통해 잼버리 참가자들이 경기 평택 또는 화성 반도체공장, 수원 삼성이노베이션 뮤지엄(SIM) 등을 둘러보면서 우리나라 첨단IT 산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잼버리 대원들에게 생수와 양산을 지원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심신 회복 버스와 모바일 오피스를 제공했다. 심신 회복 버스는 과로와 탈진 예방을 위해 캡슐형 프리미엄 좌석, 의료 장비가 적용된 차량이다. 모바일 오피스는 현대차의 프리미엄 고속버스인 유니버스를 사무 공간으로 만든 차량으로, 업무 수행과 휴식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잼버리에 참가한 해외 청소년 대원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전북 전주공장 견학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공장 견학은 네덜란드와 일본, 말레이시아 국적의 스카우트 대원들을 대상으로 오는 10일까지 펼쳐진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연간 10만3000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상용차 공장이다.

SK는 SK텔레콤을 통해 잼버리 현장에 쉼터를 조성하고, 이동식 기지국 등을 지원했다. LG도 음료와 넥쿨러, 그늘막 등 물품 지원과 함께 LG전자 구미·창원 공장, 서울 마곡 마곡 사이언스파크, 경기도 광주 화담숲 견학 프로그램 등을 펼친다.

이 밖에 포스코와 롯데, LS, HD현대, 한진, KT, SPC, 아모레퍼시픽, 동아오츠카, 아워홈, 하림, 신세계 이마트 등도 봉사단과 생수 등 물품 지원에 나섰다.

경제단체들도 잼버리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전경련은 냉동 생수 총 10만병을, 대한상의는 대형 아이스박스 400여개를, 한국무역협회는 쿨스카프 4만5000여개를 잼버리 현장으로 보냈다. 이처럼 우리 재계가 잼버리 정상화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건 자칫 ‘2030 엑스포’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최대 규모 스카우트단 퇴소를 결정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한국은 최근 수십년 동안 대규모 글로벌 행사를 개최하며 선진국들 사이에서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번 일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재계의 발빠른 대처로 잼버리 행사장은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가는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기업들이 국격 실추를 막고 ‘부산 엑스포’ 유치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60조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등과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70여개 회원국들의 무기명 투표로 최종 결정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잼버리 대회는 개막 초기 폭염으로 인한 환자 속출하면서 실패로 끝날 뻔 했지만 중반에 들어선 지금 차츰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분명 우리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