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당후곰 할까?”… 서울 분양시장 묻지마 투자 '주의보'

장원석 기자
입력일 2023-08-02 13:50 수정일 2023-08-02 14:01 발행일 2023-08-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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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활황기 생겼던 신조어...서울 분양시장 과열 조짐에 다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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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시장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당후곰이란 신조어가 다시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띄는 것을 넘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건설사가 브랜드 아파트를 내 놓는 족족 100대1의 경쟁률을 가뿐히 뛰어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선당후곰’(선 당첨 후 고민)한다는 게시글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 2020~2021년 과열조짐을 보일 때 나타났던 신조어가 다시 나타난 것을 보면 최근의 서울 부동산 분양 경기가 과열로 치닫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고 있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부동산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선당후곰’이라는 말이 자주 게시되고 있다. 둔촌주공부터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운정자이 시그니처 등 브랜드 아파트들이 언급되며 “선당후곰 할까요?”라는 종류의 게시글이 부쩍 자주 게시되고 있다. 선당후곰은 부동산 경기가 한참 과열로 치닫던 지난 2021년 만들어진 신조어로 “먼저 당첨된 후에 고민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선당후곰 어떡한다’라는 게시글을 보면 “강남3구와 용산 분양권 당첨시에는 아직 실거주의무가 있는데 입주가능일로부터 정해진 기간만큼 실거주하지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에 해당주택을 매도해야하고 이를 속인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라고 쓰여있다. 이어 “투기 목적의 분양권 취득을 막겠다는 취지에 따르느냐 일단 선당후곰 하느냐 더욱 고민해야 될 사항”이라는 식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의 분양열기는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뜨겁다. 지난달 25일 용산 호반써밋 에이디션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62.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며 전 타입이 마감됐다.

업계에서는 이 단지의 흥행 과열 원인으로 대규모 개발이 예정된 용산에 약 4년 만에 들어서는 신규 주택이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었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보다 저렴해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는 점을 꼽았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청약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도 일단 당첨만 되면 시세 차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묻지마 청약’을 넣고 본다는 ‘선당후곰’ 단지였던 점도 중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서울지역의 청약 과열은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가 한몫 했다. 정부는 올해 1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뺀 전국을 투기과열지구·분양가상한제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대거 해제했다. 여기에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조치와 중도금 대출한도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했다.

더구나 국토부가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해 무순위 청약의 경우 지역 거주 요건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렇게 되면 지방의 거주자들도 서울 아파트 청약을 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어 경쟁이 치열해 지고 이에 따라 ‘선당후곰’ 현상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 아파트가 분양에서 성공 할 수 있었던 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생각된다”며 “묻지마 청약 수요도 많이 유입돼 최근 시장을 보면 조금은 과열 양상을 띄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장원석 기자 one21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