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발주 ‘철근 누락’ 부실아파트 15개 단지 발견

장원석 기자
입력일 2023-07-31 08:23 수정일 2023-07-31 08:56 발행일 2023-07-3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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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원인 철근누락 무더기 확인...입주 마친 단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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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LH 발주 아파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빠져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LH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에서 '철근 누락' 돼 부실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가 다수 발견돼 LH 발주 아파트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 지하주차장에 있어야 할 철근이 빠져 있었다.

정부는 민간 발주 아파트 100여곳에 대한 안전점검도 진행할 예정이라, 철근 누락 아파트는 추가로 더 나올 수 있다.

◇ ‘철근 누락’ 아파트 5곳은 이미 입주 완료

국토교통부는 30일 오후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장관 주재로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LH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91개 아파트 단지를 전수 점검한 결과 15개 단지(16.5%) 지하주차장에서 전단보강근(철근) 누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기 때문에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을 튼튼하게 감아줘야 한다. 그런데 필요한 만큼의 철근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근 누락이 확인된 10개 단지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구조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13mm 규격 철근을 써야 하는데 10mm짜리를 사용했다거나, 구조계산은 제대로 했으나 설계 도면에 전단보강근 표기를 빠뜨린 곳들이다. 건축계획을 수정하면서 구조계산을 아예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5개 단지는 시공에 문제가 있었다. 작업자의 숙련도가 떨어지는데,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문제가 드러난 곳 중 이미 입주를 마친 곳은 5개 단지다.

LH는 입주한 4개 단지에서 정밀 안전점검을 추진 중이며, 보완 공사를 할 예정이다. 1개 단지에서는 현재 보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입주 전인 단지는 10개다. 6개 단지는 보완 공사 중이며, 4개 단지는 입주 전까지 보완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국토부는 입주민 협의를 거쳐 철근 누락 15개 단지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8개 단지, 지방에 7개 단지이며 형태별로는 분양이 5개 단지, 임대는 10개 단지다.

철근 누락 단지의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 강도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 철근 누락 책임자 징계·고발·수사의뢰 예고

국토부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발주 아파트 100여곳도 점검 중이다. 이를 통해 철근 누락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무량판 구조는 지하주차장을 넓게 만들기 위해 2017년 무렵부터 대규모 고가 아파트 위주로 도입이 보편화됐다.

LH는 무량판 구조 자체보다는 설계·시공상 문제가 크다는 입장이다.

박철흥 LH 부사장은 “다른 구조보다 하자가 발생할 여지가 높다 보니 설계과정에서의 책임과 현장에서의 철저한 시공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설계·시공 단계에서 관리가 제대로 된다면 무량판구조를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철근 누락 책임자에 대한 인사 조처와 징계, 고발을 예고했다.

원 장관은 LH에 “무량판 구조로 설계·시공하면서 전단보강근 등 필수 설계와 시공 누락이 생기게 한 설계 책임자와 감리 책임자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징계 조치와 함께 즉각 수사 의뢰, 고발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한준 LH 사장은 “(철근 누락) 15개 단지의 설계·감리가 언제 발주됐고, 여기에 관여된 사람은 누구인지 조사해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관련자가 책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그간 LH는 주택 발주만 했지 설계·감리 등 관리에 관심이 부족했다”면서 “사장으로서 굉장히 송구하며, 모든 분야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원 장관은 담합 등 건설분야 이권 카르텔과 관행적인 업무 소홀을 지적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조치를 해달라고도 했다.

장원석 기자 one21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