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속수(束脩)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3-08-03 13:58 수정일 2023-08-03 13:58 발행일 2023-08-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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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예로부터 가르침을 구하려 스승을 처음 찾아가는 의식을 ‘속수(束脩)의 예(禮)’라고 했다. 여기서 속(束)은 ‘말린 육포’를 뜻하고, 수(脩)는 10개 한 묶음을 의미한다. 육포 한 묶은 정도의 아주 적은 성의로도 누구나 제자가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생전에 무려 3000명의 제자를 두었던 공자(孔子)도 ‘최소한의 성의’만 보이면 모두 제자로 받아들였기에 그렇게 많은 제자가 따랐던 것이다. 논어(論語)에는 ‘공자는 속수(束脩) 이상을 지니고 찾아와 제자의 예를 취하면 가르쳐주지 않음이 없었다’고 적혀있다.

정해진 수업료가 없었던 시절이니 배움을 청하는 학생이나 부모 입장에서는 신분의 귀천 없이 이런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으로 스승과 제자 사이가 이뤄진 것이었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제자로 삼았다는 얘기다.

요즘 교육 현장에서는 스승의 권위가 무너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참된 스승이 되는 길도 어렵지만 예의 바른 제자를 찾기도 무척이나 힘들다고 한다. 스승이나 제자나 ‘속수의 예’와 같은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