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과는 궁합 안맞는 오세훈표 신통기획… ‘속도’ 보다는 ‘재산권’

장원석 기자
입력일 2023-07-26 13:43 수정일 2023-07-26 13:45 발행일 2023-07-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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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획 기본 취지는 속도...강남 재건축은 재산권 행사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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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세훈표 핵심 주택정책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도입 2년 만에 정비사업 총 44곳에 대한 기획을 확정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유독 강남에서만은 ‘삐거덕’ 거리고 있다. 강남의 경우 신통기획을 통한 속도나 용적률 등 혜택보다는 재산권 손실 우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신통기획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관심 단지로 떠오른 서울 압구정3구역의 재건축 사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현재 설계 단계이지만, 설계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조합과 서울시가 서로 이견을 보이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에 따른 설계용역비만도 300억원에 달해 설계업계 1, 2위를 다투는 해안건축과 희림종합건축이 사활을 걸고 경쟁을 벌였다. 결과는 조합원 투표 결과 희림종합건축이 선정됐다. 그러나 설계 과정에서 희림이 용적율 한계인 300%를 넘는 360%를 제시하면서 서울시가 크게 반발했고 희림이 최종 300%로 용적률을 낮춰 제안했지만 서울시는 선정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설계 과정에서 희림이 서울시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조합원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재공모를 요구하고 있다. 갈등이 지속될 경우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조합이 스스로 신통기획 참여를 포기하거나, 서울시가 탈락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같이 조합과 서울시가 신통기획 추진을 두고 갈등하는 배경에는 강남이라는 부촌의 배경과 신통기획이 갖는 성격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통기획은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주민과 함께 사업성과 공공성이 조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용적률이나 높이 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대폭 지원하는 ‘공공지원계획’이다. 신통기획을 적용하면 정비구역지정까지 2년으로 단축할 수 있어 신통기획 정비사업의 핵심은 ‘속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합과 조합원들의 입장은 자칫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비중 확대 등이 아파트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 서울시의 지나친 간섭을 꺼려하는 입장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설계 과정에서까지 서울시가 참견하면서 투표를 통해 선정된 업체를 인정못한다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며, 어느 한 쪽 설계회사 편을 드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고 말했다.

조합은 신통기획의 장점이 있지만, 재건축을 서둘러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칫 단지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미 늦어질 대로 늦어진 상황에서 적당한 재건축 시점을 다시 찾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신통기획은 공공성을 강화한 개발방식”이라며 “행정을 담당하는 지자체는 재건축이 사적으로 가느냐 공공성을 강화 하느냐인데 강남 주민들이 재산권을 지키고자 한다면 신통기획과는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one21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