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월북, 북미대화 물꼬트나…미 국무 “대북 소통채널 있다”

정재호 기자
입력일 2023-07-23 15:37 수정일 2023-07-23 15:50 발행일 2023-07-24 4면
인쇄아이콘
종교 자유 보고서 발표하는 블링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연합)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미군 장병이 고의로 무단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북미간 외교적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에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북한간 군사적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미군 장병 석방 문제를 연결고리로 북미가 마주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과 관련해 “우리는 그의 행방을 알고 싶고 그 정보를 얻기 위해 북한에 연락했다. 불행하게도 더 이상 공유할 정보가 없다”며 “우리는 그의 신변에 대해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최근 잇따른 도발과 관련, 북한과 마지막으로 소통한 것이 언제냐는 질문에 “우리는 소통 채널들(channels of communication)이 있고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는 바이든 정부 초기에 조건 없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북한과 협상할 준비가 있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이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고 말해 소통 채널이 가동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백악관과 국무부 등도 킹 이등병의 월북 문제와 관련, 미 국방부가 북한군 카운터파트와 접촉해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카운터파트가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령관을 겸직하는 유엔군 사령부는 트위터를 통해 “조선인민군(KPA) 카운터파트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밝힌 북한군과의 접촉은 JSA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 채널을 통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간 군 당국간 접촉에 더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하기 위해 미국의 전·현직 당국자들이 방북했던 과거 사례도 북미간 대화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18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방북해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씨 3명을 데리고 온 바 있다. 새벽 시간대에 앤드루스 공군기지까지 직접 나간 이들을 맞이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김정은이 그들을 석방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억류 미국인 3명의 석방은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 논의 중에 이뤄졌으며 이와 맞물려 북미간 대화 모멘텀이 형성됐다. 실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같은 해 6월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나아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09년 북한에 억류된 2명의 여기자를 석방하기 위해 방북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잇단 고강도 도발 속에 북미간 군사적 대치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점은 변수다. 북한은 이날도 한미 양국간 첫 핵협의그룹(NCG) 개최 및 전략핵잠수함 입항 등에 대응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최근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비핵화 대화 불가’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나아가 킹 이등병이 자발적으로 월북한 것도 향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만약 킹 이등병이 망명을 선택하고 이를 북한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상황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