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재계 총수들의 여름나기 백태

박기태 기자
입력일 2023-07-11 06:59 수정일 2023-07-11 09:54 발행일 2023-07-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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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각 사)

폭염과 찜통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올 여름, 국내 재계 총수들은 어떻게 휴가를 보낼까. 대부분의 총수들은 짧게나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하반기 경영 구상을 가다듬는다. 일부는 휴가 없이 곧바로 해외 출장길에 오르거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위한 지원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낸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경기 수원사업장을 찾아 DX(디바이스경험) 부문 MZ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앞으로 매년 가족과 휴가를 보내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평생 처음 어머니랑 단둘이 5박6일간 여름 휴가를 보냈다”며 “하루는 ‘방콕(방에서 콕 박혀 지냄)’ 하고, 어머니 추천으로 드라마도 봤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삼성증권 직원들과 만났을 때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쉴 때는 가족·지인과 편안하게 쉬자”고 했다.

이 회장이 과거 명절과 휴가 기간에 주로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왔던 만큼, 이번에도 법원의 하기 휴정기를 이용해 출국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오는 11∼14일(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휴양지 선밸리에서 열리는 글로벌 재계 인사들의 사교 모임 ‘선밸리 콘퍼런스’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법원 휴정 기간인 만큼 이 기간을 이용해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예년에도 종종 명절과 휴가 기간을 이용해 해외 사업장을 다녀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30 엑스포’ 개최지 선정까지 4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별도의 휴가 없이 유치 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전해졌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말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79개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최종 선정된다. 이에 부산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남은 기간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발목 부상 중이지만 목발을 짚고 유럽 여러 국가를 돌며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 회장은 또 12∼15일에는 대한상의가 주최하는 제주포럼 행사에 참석해 글로벌 불확실성 속 경영 해법에 대해 논의한다. 제주포럼은 대한상의가 1974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경제계 최대 규모 하계포럼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매년 생산공장 휴가기인 8월 초에 맞춰 자택에 머물면서 하반기 경영 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도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 등 주요 신차의 하반기 출시, 판매 확대 전략 등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오는 13~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리투아니아·폴란드 방문에 동행하며 배터리 등 주요 사업을 챙긴다. 이후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하반기 사업구상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는 18일로 예정된 VCM(옛 사장단 회의)을 마친 뒤 구체적인 휴가 일정을 짤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가 복합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그룹 총수들은 여름 휴가 기간에도 경영 활동을 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