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 '해빙'모드 접어드나

박철중 기자
입력일 2023-06-09 06:50 수정일 2023-06-08 13:53 발행일 2023-06-0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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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 <YONHAP NO-0124 번역> (AP)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수주 안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첨예하게 맞서던 미중 대립각에 화해무드가 조성될 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해빙’ 발언 이후 불과 수주 만에 벌어진 일이어서 양국 관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구체적인 시기는 유동적이지만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블링컨 장관이 면담할 고위 관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포함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당초 블링컨 장관은 2월 방중을 추진했지만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당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발표할 일정이 없다”면서도 “연기된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여건이 허락하면 이뤄질 수 있다”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중국도 블링컨 장관의 방중설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아주 조만간 해빙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어 향후 이목이 쏠린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가 발단으로 지목된다. 이듬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중국의 이 프로젝트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였고, 특히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를 맞으면서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대한 구상도 본격화 됐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국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중국 진출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핵심기술 이전이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 이면에는 자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무단 사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 결과 무역적자 또한 심해지고 경쟁력도 약화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때부터 미국은 고율관세 부과 등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다. 실제로 지난 2018년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고율 관세부과 대상인 중국산 수입품 1300여개 목록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중국이 육성하려는 첨단 제조업 분야가 모두 포함됐다.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에 대한 견제도 이때부터 시작해, 결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거래까지 금지시켰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오히려 더 구체화되고 강화됐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반도체 등 주요 부품 공급망이 단절되면서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안보’를 명분 삼아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에 본격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Chip)4’를 제안하면서 한국·일본·대만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반면 중국의 반도체굴기를 꺾으려는 의지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칩4는 미국의 반도체 설계기술 및 장비, 한국(메모리)과 대만(파운드리)의 제조, 일본의 장비·소재 분야 강점을 살려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실제 이들 4개국은 전세계 반도체 장비의 73%, 파운드리의 87%, 설계 및 생산의 91%를 장악하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여기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을 통과 시키면서 자국의 제조업 부활과 대중국 견제 정책을 강화했다.

미국의 지속되는 공세에 중국은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처음으로 직접적인 대응에 나섰다. 중국 당국도 마이크론 제재 명분으로 ‘안보’를 내세웠다.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박철중 기자 cj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