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중도이폐(中道而廢)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3-07-02 13:45 수정일 2023-07-02 13:45 발행일 2023-07-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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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구’라는 공자(孔子)의 제자가 있었다. 공자가 보기엔 군자(君子)의 도(道)를 소홀히 하는 제자였던 모양이다. <논어>에 보면 그런 제자를 모질게 꾸짖는 대목이 나온다.

도를 공부하는데 열심이 아니라고 지적을 받은 염구가 “저는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힘이 부족한 것입니다”라고 핑계를 댔다. 이에 공자는 “힘이 부족한 사람은 중도에 가서 그만두는 법이다. 그런데 너는 지금 선을 긋고 있는 것이냐”고 그를 나무란다. 여기서 ‘중도이폐(中道而廢)’라는 말이 나온다.

말 그대로 보면 중도에 그만 두는 것을 꾸짖는 것으로 들리지만, 사실 공자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가 비록 중도에 그만두더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면 괜찮다”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었다. 제자가 노력도 않고 허튼 핑계만 늘어놓는 것을 따갑게 질타한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최근에는 ‘중간에 그만두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된다고 한다. 공자가 생각했던 정 반대의 의미이니 공자로선 몹시 서운할 일일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