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반구십리(半九十里)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3-06-08 14:10 수정일 2023-06-08 14:11 발행일 2023-06-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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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책>의 ‘진책(秦策)’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행백리자 반구십리(行百里者 半九十里)’이다. 100리를 가려는 사람이 구 십리에 이르러서도 ‘겨우 반 정도 왔네’라고 여긴다는 뜻이다. 백리를 가는 사람은 구 십리도 절반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목표를 달성할 때 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다. 작심삼일(作心三日)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 만큼 초심(初心)이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간만 못하다’는 우리 속담과도 상통한다.

시경(詩經)에는 ‘미불유초 선주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이라는 말도 나온다. ‘처음이 있게 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지만, 끝이 있도록 해내는 사람은 드물다’는 뜻이다. 누구나 시작은 거창하지만 정작 잘 마무리하는 이는 적다는 얘기다.

중국 최고 시인 중 한명인 두보(杜甫)도 <군불견(君不見)>이라는 시에서 ‘개관사정(蓋棺事定)’이라는 표현을 썼다. ‘관 뚜껑을 닫기 전에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뜻으로, 이 역시 마지막을 예단하지 말라는 의미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