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미끄러운 비탈길 효과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3-06-06 15:08 수정일 2023-06-06 15:08 발행일 2023-06-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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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부조화로 인해 연쇄적으로 오류가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미끄러운 비탈길을 내려오다 보면 발을 헛디디지 않았는데도 쭉 미끄러져 내리기 일쑤다. 사소한 것을 허용했을 때, 결국은 연쇄 과정을 거쳐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이를 ‘미끄러운 비탈길 효과(Slippery Slope Effect)’ 혹은 ‘미끄러운 비탈길 오류’라고 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조금은 다른 의미로도 쓰인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보는 관점을 유지할 수록 그 행동을 저지당하기 전까지 계속 나쁜 짓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역으로 이런 사례가 흔하게 오·남용된다. 어떤 제도의 순기능은 보지 않고 일부 부작용에 집착해 ‘미끄러운 비탈길 효과’를 들어 지레 규제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낙타 코를 들이지 말라’는 중동 속담이 이 이론과 유사하다. 밤이 무척 추운 사막에서 낙타가 텐트 안으로 코를 들이밀 때, 이를 용인해 주면 낙타 머리와 몸 전체가 따라 들어와 결국 그 텐트는 낙타의 차지가 된다는 얘기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