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부권 예견된다면 ‘노란봉투법’ 폐기가 최선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5-22 14:06 수정일 2023-05-22 14:07 발행일 2023-05-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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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 국면이 이번 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은 60일을 꽉 채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국회법상 절차인 본회의 직회부 요건이 된 것이다. 본회의를 하루 앞둔 24일의 환노위 전체회의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거대 야당이 전매특허처럼 휘두르는 강행 처리 가능성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경영계는 초비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여는 등 반대 목소리를 높이지만 또 귓등으로 듣는 것 같다. 사용자의 범위를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로 넓히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닌 원청도 사용자로 볼 수 있게 된다. 노조 불법파업에 대해 사측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는 수식어가 대변하듯이 강성 노조가 휩쓰는 대립적인 노사 관계는 뿌리부터 흔들린다. 이건 신중 입법 과제이기보다는 전면 재검토해야 할 부당한 법안이다. 만일 노란봉투법이 노동현장에 적용되면 공동 불법행위를 보호하는 꼴이 된다.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노란봉투법 반대가 사실상 당론인 국민의힘 간 협의는 거의 무의미해 보인다. 2015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 법은 19대와 20대 국회 연속으로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11개의 노란봉투법이 1개의 법안으로 압축된 지금은 다르다. 노사관계와 경제에 미칠 해악이 불 보듯 하지만 입법 독주를 위해 손잡은 두 야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본회의에 직접 상정하는 직회부 코스를 밟지 않기를 바라야 할 처지다. 중재가 가능한 법이 아닌 수용 불가능한 법에 가깝다는 게 더 문제다.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 선진화가 과제인 우리 노사 관계에 저해 요소를 새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 노사 상생 협력 생태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원·하청 문제 해결 수단도 아닌데다 소모적인 분쟁을 키울 수 있다. 합법적 파업의 범위를 늘리고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면 사용자 고유 권한인 경영권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1년 내내 분쟁이 걱정되는데 국내외 기업이 투자하고 싶을 리 없다. 가뜩이나 힘든 산업현장에 혼란을 키울 법이라면 전면 폐기가 최선이다. 앞으로 며칠이 고비다. 야당 단독 처리와 재의요구권(거부권) 수순은 피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을 막아달라며 호소에 나선 경제단체장들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