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미생지신(尾生之信)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3-05-21 13:44 수정일 2023-05-21 13:45 발행일 2023-05-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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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尾生)’이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어느 날 미생이 아름다운 여인과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여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미생은 그녀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며 강물이 크게 불면서 급류가 다리 아래를 덮쳤다. 미생은 다리 기둥을 붙잡고 물살을 버티며 끝까지 그녀와의 약속 장소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익사하고 말았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약속을 지키려 했던 미생의 모습을 기리려 ‘기둥을 껴안는 신의’라는 뜻의 ‘포주지신(抱柱之信)’이라는 사자 성어가 만들어 졌다. 이 말은 곧 ‘굳은 신의’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나중에는 당사자인 ‘미생’의 이름을 붙여 ‘미생지신’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현대로 오면서 미생지신은 굳은 신의라는 긍정적 의미보다, 융통성 없는 사람 혹은 그런 행태를 비판하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상황이 급변해 기존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전의 약속에만 매달려 결국 원치 않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