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사기 이은 역전세 보증사고도 위험수위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5-16 14:01 수정일 2023-05-16 14:01 발행일 2023-05-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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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역전세 등이 겹치면서 전세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전세사기와 달리 집값 하락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전세보증 사고 대책도 강구해야 할 때다. 전셋값 및 전세수요 하락 등으로 집주인의 자금 여력이 부족해지면서 역전세도 위험수위다. 터지기 직전의 시한폭탄 단계를 지나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임차인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이 2856억원에 이른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집값과 임대차 3법 여파로 전셋값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던 지난 시절의 원죄까지 이제 안고 가야 한다. 집값이 바닥을 다지는 듯한 모습이 어렴풋한 가운데 전세시장 수요가 부분적으로 살아나기도 하지만 매매가격과의 동반 하락세 지속은 아직 멈출 줄을 모른다. 역전세 보증사고 불안 요인이 깔려 있는 전세시장에도 시장 안정화 정책이 절실해 보인다. 전세 선호도가 낮아져 수요가 위축하면 전셋값을 더 끌어내릴 수 있다.

빌라 등 비아파트를 넘어 아파트까지 넘보게 될 때는 역전세 공포는 전세사기 못지 않다. 자산에 비해 유동성이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전세가 4억씩 빠지는 지역의 비명이 그래서 높다. 역전세난의 경우, 대도시와 주거 선호도 높은 신축 아파트가 특히 위험할 수 있다. 지난달 보증사고의 88%는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2021년말 고점을 찍은 전셋값을 생각하면 올해 하반기의 역전세 대거 확산은 예고된 수순이다. 다음달이면 전셋값 폭등기에 체결한 전세계약 만기가 본격 도래한다. 전세사기 여파로 비교적 안전한 아파트로 진입하려는 세입자도 늘고 봄 이사철은 끝나간다. 계절적으로 전세 수요가 줄어들 시기다. 사적 시장에 전세사기 수준의 구제책을 내놓진 못하지만 보증금 미반환 위험 대응 체계를 마련해둘 이유들이다.

민간 사금융 성격이 있는 전세 제도 자체의 변화도 장기적으로는 모색해야 한다. 전세 대출 축소와 월세 소득 공제 확대로 전세의 월세화를 유도하는 방법도 거론될 수는 있다. 발등의 불은 역전세와 전세사기 공포를 진정하는 일이다. 전세 수요가 위축하면 매매가격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 전셋값 하방 압력이 멈출 여건이 아닌 데다 하반기로 갈수록 역전세에 따른 보증금 미반환 관련 부담은 더 고조된다. 실제로 올해 말까지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빌라 10채 중 6채꼴로 보증금을 낮춰 계약하지 않으면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커져 있는 상태다. 세입자 퇴거 조건부 대출의 한시적 확대, 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의 다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 등 실효적인 대안 마련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