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가스요금 인상, ‘원가 회수율’이 문제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5-15 14:06 수정일 2023-05-15 14:06 발행일 2023-05-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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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회전만 거듭하던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8원, 가스는 메가줄(MJ)당 1.04원 인상하기로 정부·여당이 15일 당정협의회에서 결정했다. 지난 3월 31일 긴급 당정협의회에서 2분기(4~6월) 요금 조정을 유보했을 때를 기점으로 해도 한 달 반가량 뜸을 들였다. 줄곧 현실을 외면해 왔고 누적 적자로 한계 상황에 도달한 다음의 소폭 인상이다.

전기발전의 원가 회수율이 70%밖에 안 되는 상태에서 16일부터 적용되는 인상 폭만 갖고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바란다는 자체가 사실은 무리수다. 1분기 원전 이용률 증가에 이번 인상을 더해도 영업 손실 규모나 한전채 발행 증가로 인한 금융시장 왜곡을 감당하긴 힘들 듯싶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정치 셈법을 들이댄 후과는 한동안 떠안아야 한다. 에너지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계속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것은 전기료의 원가 회수율이 높아야 가능하다. 지연의 연속 끝에 내려진 뒤늦은 이번 인상 조치로 에너지 산업 생태계 불안까지 해소할 수 있을지 그래서 의문이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공공요금 인상의 신호탄이 되는 등 경제에 미칠 여파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다 눈덩이처럼 재정 부담을 키우면 어차피 국민에게 환원된다. 한전의 경영 악화는 전기요금 인상률 이전의 에너지원 가격 급등에서 먼저 찾아야 더 합당하다. 전기료를 낮게만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것 또한 모순된 이야기다. 한전 적자의 원인이 전적으로 ‘탈원전’에만 있는 건 아니다. 비상경영 자구안도 좋지만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를 깨야 효과가 있다. 전력시장 불안을 잘못된 전력정책에서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전기요금 현실화를 온전히 내놓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이번 역시 처음부터 ㎾h당 10원 이상 인상을 어렵게 봤다. 물가 상승과 냉방비 부담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10차례 이상 거듭된 인상 요구를 묵살하다가 임기 말에 인상 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통박하던 윤석열 정부는 전기료 인상 백지화 공약으로 인상 기회를 놓쳤다. 3월 말에 결정할 2분기 전기요금은 이제야 결정했다. 전기료는 모든 분야의 원가에 반영되므로 물가를 자극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의 폭등 같은 인상 요인이 있으면 국민에게 차근차근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럴 생각은 하지 않고 지지율에만 신경 쓴 것이 지금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예고 하나 해 두자면 내년 총선 전 인상 때는 에너지 정치화를 특히 경계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