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입법 폭주가 낳은 간호법 파업, 정치권 책임이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5-03 14:07 수정일 2023-05-03 14:07 발행일 2023-05-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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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을 둘러싸고 의료계가 쪼개지고 있다. 보건의료 단체들의 부분파업의 씨앗은 간호법 제정안(간호법), 의료법 제정안(면허박탈법)의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 이전부터 싹트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연가투쟁 및 단축진료, 의료총파업 등으로 갈등 양상이 증폭될 게 뻔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의 향배도 중대한 분수령이다. 의료 현장의 혼란을 최단기로 줄이기 위한 노력이 아쉽다. 그렇지 않으면 충돌할 일만 남았다.

상황은 마치 두 기관차가 마주보고 폭주하려는 모양새다. 한쪽에서는 문제점이 많고 소모적이며 간호단체 이익을 대변하는 특혜법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간호조무사 측은 학력 제한 차별을 포함한 위헌적인 법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초고령사회를 맞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이라고 맞불을 놓는다. 보건의료직역 간 업무 침해는 간호법이 아닌 의료기관 탓이라고도 한다. 입법 과정에서 중재안조차 무시돼 빚어진 대가를 이처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법의 정당성과 부당성을 떠나 간호법 자체, 통과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더 벌어진 사단 아닌가.

편을 가르거나 척을 지지 않아야 할 보건의료계의 분열은 거칠게 보면 전선을 가리지 않는 여야 전면전의 희생양이다.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역할과 업무를 규정한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만 떼어내려면 이익단체간 합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등 다른 직역까지 침해할 소지가 있을 때는 특히 그러하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이었다 해서 다르지는 않다. 방치된 돌봄이 아닌 생활의료체계 구축, 존엄·맞춤·안심돌봄 등이 지향할 방향이더라도 마찬가지다. 상식선에서 공감과 동의 속에 이뤄지는 게 순리다. 그렇지 않으니 의료연대 참여 직역들의 연대 투쟁 등 직역 간 분열로 치달은 것이다.

양수겸장, 더블 체크를 노리며 상대 쪽을 제압하려는 듯한 의료계에 먼저 자제를 촉구한다. 가장 큰 화근은 물론 정략적인 입법 폭주, 즉 의료법이 다수 의석을 믿는 야당의 폭주 리스트가 됐다는 것과 상관관계가 밀접하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의 필요요건이라고 보면 그 이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텐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도 바라는 눈치다. 부분파업이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처럼 된 이유를 깊이 자성하면서 국민건강권에 심각한 도전이 될 의료계 총파업을 함께 막아내야 할 것이다. 여당 역시 간호법 갈등을 키우지 않아야 하며 정부는 직역 다툼이 조기에 수습되도록 책임 있는 중재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