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투자이민제’ 개편, 방향은 잘 잡았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5-02 14:05 수정일 2023-05-02 14:05 발행일 2023-05-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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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을 앞두고 제도 연장 여부를 두고 저울질하던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손질 후 존치로 일단락됐다. 지난달 말 또는 이달 중순에 시행 만료되는 인천, 제주, 강원, 전남, 부산 등 대상 지역에 대해 기간을 3년 연장한 것이다. 투자기준금액은 5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2배 상향했다. 지가 상승률을 반영할 때 적절한 조치였다. 투자 금액과 영주 자격 기준을 강화한 것도 잘된 방향이다.

그렇다고 2010년 제주도에서 처음 시작했을 당시부터 안고 있었던 문제가 이번 개편으로 일거에 해소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존폐 논란이 자주 불거졌던 것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거주자격과 영주권을 주는 제도라는 속성 때문이기도 했다. 숙박시설, 체육시설 연계 주택, 관광 펜션, 미분양 주택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다분히 부동산 투기 성격으로 흘렀다. 중국인 부호들의 관심을 끌면서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한 본래 목적에서 상당히 멀어지고 있었다. 이 점은 앞으로도 짧은 시간 안에 변할 것 같지는 않다. ‘관광·휴양시설 투자이민제도’로 명칭을 바꿨다고 해서 체류상 혜택 등에 비해 실익이 커진다거나 역기능이 하루아침에 순기능이 되지는 않는다.

외국인 투자의 적극적인 유치는 두 얼굴이 있다. 관광, 레저, 문화 분야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명분과 실리를 살리지 못한 게 가장 문제였다. 투자를 차단하지 않으면서 총량제 도입을 포함해 진입장벽은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단점이 있더라도 장기 표류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의 물꼬를 터주는 등의 장점을 보고 취할 줄 아는 유단취장(有短取長)의 자세가 제도에 더 잘 맞는다. 안정적인 투자 여건 확보가 투기를 조장할 여건을 형성할 수도 있다. 경제적 이득이 작으면서 부작용만 크고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면 그때가 바로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시간이다.

우리의 경우, 과거 미국에서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입된 제도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 점을 인정해야 한다. 투기 열풍 때문에 제도를 폐지한 홍콩처럼 되는 경향이 오히려 눈에 띈다. 이제부터는 부동산 과열과 난개발, 환경 훼손 폐해를 최소화하면서 투자정책 변화에 맞는 제도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영주권을 획득한 뒤 부동산을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먹튀’ 사례도 차단해야 한다. 부동산이 아닌 해당 지역 기업에 투자하거나 금융기관에 예금하는 경우에 한해 영주권을 부여하는 식으로 개선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본다.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본래 목적을 살리지 못하면 언제라도 폐지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