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무너진 孝의 시대

전태권 명예기자
입력일 2023-04-20 13:40 수정일 2023-04-20 13:41 발행일 2023-04-2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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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전태권명예기자
전태권 명예기자

우리 속담에 ‘한 부모는 열 자식을 키워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봉양 못한다”는 말이 있다.

집에 기르는 애완견이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가축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하면서 노부모가 감기 증상이 있으면 “저 노인네 또 감기 걸렸네” 하고 외면하는 세상이라는 말이 주변에서 여러 번 들은 적이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을 소개코자 한다. 부모님 생존시 공무원으로 효자 소리를 듣던 아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신후 홀로 남겨진 어머니가 며느리인 자신의 부인과 말다툼 하는 것을 폭행했다고 어머니를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아파트 4층에는 홀어머니가 6층에는 아들 며느리 손자가 살고 있다.

홀어머니가 건강이 나빠져 보행이 어려워 다니던 경로당에도 못나가고, 지난 토요일 밤에는 몸의 통증이 심해 밤잠을 설치다가 아침 늦게 일어나 아침밥 지을 힘이 없고 배가 고파서 아들과 며느리 핸드폰에 여러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수신거절로 통화가 되지 않았다.

어렵게 위층 아들 거주지를 찾아가게 되었고 며느리와 말다툼이 발생하게 되었다.

당시 아들은 책상 앞에서 컴퓨터만 하고 있었고 큰 소리 다툼을 말리지도 않고 있다가 밖으로 나간 뒤, 잠시 후 경찰관 4명이 집에 들어왔다. 홀어머니는 경찰에게 양손목 등을 잡혔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밟아서 발등까지 새까맣게 멍이 들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일주일간 밤마다 분함에 잠을 못자고 고통을 받다가 우리 경로당 회원집을 방문해 경찰관의 행동과 아들에 대한 배신감을 울면서 호소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사건화할 것을 논의했다.

필자도 피멍 자국을 보는 순간 감정적으로는 진단서를 끊고 변호인을 선임해 사건화하는 것에 대해 조언하고 싶었으나 피해자의 가정파괴, 향후 생활, 공무원 징계 등이 후속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마음의 부담감만 갖게 되었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방법으로 경찰관의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팀장의 배려없는 응답은 경찰서 청문 감사관실로 가라고 하는 책임 회피의 경솔한 대응이었다.

진솔한 사과를 요구해도 순순히 응하지 아니해 필자의 오랜 경찰 근무 전력을 이야기하며 설득 끝에 피해 노인에게 정중한 사과를 받게 하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경찰관은 아들이 어머니의 처벌을 강력히 요청해 실수했다고 귀띔했다.

아버지 사망후 어머니는 아들에게 억대의 현금과 어머니 소유 아파트 등기권리증까지 넘겨 주고 효도하기를 기대하였으나 결과는 어머니 학대로 이어지는 현실을 보고 남의 일 같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86세 노모에게 불효의 사례를 목격한 산증인으로 어르신들에게 몇가지 당부의 글을 전하며 글을 맺고 싶다.

먼저 자식이 듣기 싫어하는 잔소리를 절대로 하지 말고, 노후 건강이 나빠졌을 때를 대비해 치료비 등 비상금을 준비할 것, 노후에 자식들이 부양을 거부할 시 요양원에 갈 준비금을 마련하고, 노부부는 서로 애틋한 마음으로 여생을 보내시기를 당부드리고 싶다.

전태권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