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된 금', 안전자산 강세 속에 주식은 변동장세 경계중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3-04-09 10:42 수정일 2023-04-09 15:24 발행일 2023-04-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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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상승세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골드바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전자산 선호 심리 등에 힘입어 금이 금값이 됐다. 반도체 업황 악화와 수출부진, 내수둔화,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까지 여러 요인들이 금융시장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향후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금, 채권 등과 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 주식 사이에서 투자 비중을 어떻게 조율할지 탐색국면에 들어섰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KRX 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21% 오른 1g 당 8만63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014년 3월 24일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16.10%다. 올해 들어 기관 투자자와 자기매매회원(귀금속 사업자)이 각각 67억 원, 744억 어치 순매수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상장된 금선물 가격에 연동되는 TIGER 골드선물(H) 상장지수펀드(ETF)는 연초 대비 10.31% 상승했다. 이 상품의 순자산 규모는 303억 원(6일 기준)이다.

금값은 지난 3월 10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불확실성 증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약화되면서 상승세를 탔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팔린 골드바는 약 24억9760만원으로 1주일 만에 지난달 판매액(39억5594만원)의 63%를 기록했다.

안전 위험자산 상승률
(자료= 한국거래소)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SVB 사태 이후 불확실성이 커졌고,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다 달러가 약세를 나타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금값을 끌어 올렸다”며 “연준이 최근까지 금리를 지속 인상하면서 고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불거진 부분이 있고 지역은행쪽에서 여진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이미 금리인하를 상당히 많이 반영하면서 금값이 크게 오른 부분이 있어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화될 때 일시적으로 되돌림 가능성은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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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VB 파산 등 새로운 정책결정 변수들이 발생하면서 금리하락을 기대하는 전망이 늘어 채권에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채 30년물에 투자하는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ETF는 연초 대비 7.67% 상승했다. 순자산 규모는 1921억 원(6일 기준)이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세가 강해지면서 올해 763억 원 가량의 순매수 유입이 있었다.

김경원 농협은행 NH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채권은 안전자산이기도 하지만 경기둔화와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을 반영해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이 상승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좋고, 기준금리를 먼저 올린 한국이 금리인상 중단도 먼저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한국 채권보다는 미국 채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 전문위원은 금리나 배당이 없는 금에는 자산배분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의 5% 정도를 투자하고, 30~40%는 장기채권에, 나머지 중 일부는 고금리 정기예금에 담는 것을 추천했다.

코스피, 상승 마감
7일 코스피는 31.18p(1.27%) 오른 2490.41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14.49p(1.67%) 오른 880.07, 원·달러 환율은 2.4원 내린 1316.7원으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위험자산인 주식은 연초 이후 2차전지가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왔다. 이른바 ‘에코프로 형제’로 불리는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는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나란히 코스닥 시총 1, 2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연초 이후 지난 7일까지 상승률이 각각 173.37%, 397.16%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3~5배 가량 뛴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의 주도주가 2차전지에서 반도체로 교체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시장금리 및 장기금리의 상승 전환은 성장주 보다는 가치주, 중소형주 보다는 대형주의 상대우위를 지속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며 “2차전지에서 반도체, 대형 인터넷·플랫폼으로의 매기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주식시장은 경기가 바닥일 때가 아니라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일 때 저점을 형성한다”며 “경기선행지수는 올해 2분기말~3분기초에 바닥을 형성할 수 있다. 주식을 사야될 때가 다가오고 있으므로 현금 보유율을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하면서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업황이 좋아져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좋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주(10~14일) 국내 증시는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정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 금리 방향과 연관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발표 등이 주요 변수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속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 여파가 시장에 미칠 영향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증권가는 이번 주 변동장 속 보수적인 투자 태도를 취할 것을 조언했다. NH투자증권은 2380~2530선으로 코스피 밴드를 예상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별 종목별 어닝시즌 실적을 살펴보고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가 나오는 지, 주가 모멘텀 부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포인트는 ‘Bad is bad(악재가 악재로 작용하는)’로의 변곡점 인식”이라며 “단기적으로 지수 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으나 업종간 순환매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연초 대비 위험에 대한 선호심리는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김수환·홍승해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