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신간] 홍영아 <그렇게 죽지 않는다> 어떤책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3-03-30 08:44 수정일 2023-03-30 08:54 발행일 2023-03-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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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년 넘게 다큐멘터리 분야를 전문으로 활동해 온 방송작가다. 그는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다가 두 가지 기이한(?)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 말기 암 환자들이 다른 나라보다 3배나 많은 항암제를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이 죽기 한 달 전에 평생 쓴 의료비보다 2배가 많은 돈을 쓴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소생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사람들 혹은 그 가족들이 왜 이렇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까, 우리는 과연 그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현장감 있게 파헤친다.

한국인 10명 가운데 3명은 암으로 사망한다. 그런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의 30%가 죽기 전 한달 동안 적극적인 항암제 치료를 받는다. 저자는 말기 암 환자에게 행해지는 적극적인 항암 치료가 얼마나 죽음의 질을 떨어뜨리지 얘기한다. 선진국에선 그 엄혹한 사실을 알기에 항암제 권유 대신 진통제를 처방하면서 되도록 환자가 고통없이 삶을 정리하게 해준다고 전한다. 임종 1개월 전에는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사용량이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생에 쓰는 의료비의 3분의 2를 임종 전 한 달 사이에 쓰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암으로 사망한 환자 100명 중 무려 73.6명이 심폐소생술 같이 효과는 없고 임종 과정만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받았다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죽음 앞에 약자인 우리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지만, 저자는 “병원에 입원한 사람에게는 의료진이 시키는 대로 해야 산다는 ‘기계적 믿음’이 있다”면서, 사망을 선고받은 노인들이 바로 그런 이유로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을 받는 현실을 비판한다.

저자는 죽음의 장소로 병원이라는 곳이 마땅치 않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고 고백한다. 병실이나 길바닥, 혹은 낯선 어딘가에서 죽는 것보다 집에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고독사’의 안타까운 현실을 얘기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고독사를 막는 하나의 방법으로 ‘습관’을 강조한다. 늘 아침운동하던 사람이 보이지 않자 그의 집으로 달려가 죽음을 확인한 지인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습관이 남에게 내 죽음을 알릴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카드임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편안한 죽음’을 맞기에는 아직 우리 관련 인프라는 열악하다. 저자는 그 한 예로 ‘임종실’ 부족을 지적한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 42개 상급 종합병원 가운데 17개 병원만이 임종실을 1곳 씩 운영중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죽는 사람이 한 해 20만 명이 넘는 현실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현행 의료법에 이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아 ‘연명의료결정법’에 의거해 호스피스 전문기관에만 임종실을 1곳 이상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이른바 ‘빅5’라는 대형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각 1곳, 세브란스병원이 2곳, 호스피스병동을 갖춘 서울성모병원이 3곳을 운영 중이며, 호스피스 병동이 없는 삼성서울병원에는 임종실이 없다. 대안으로 1인실이 거론되고 있지만 엄청난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저자는 연명치료와 관련해 가족과 요양원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도 들춰낸다. 한 요양원 원장이 부모의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가족들에게 “이건 ‘연명치료’가 아니라 그냥 ‘치료’예요”라고 말하고, 온갖 튜브를 달아 환자를 볼 수 없을 정도인 중환자실 안의 어지러운 현실을 전한다. 장례식을 치르고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이 망인에게 못해 준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가장 후회하는 지를 들려준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의 현장을 가장 가까운 것에서 지켜 본 가족들의 이야기다. 더불어 이런 상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지켜보려 애쓴 저자의 담백하면서도 인간적인 글이 더욱 절절한 느낌을 준다. 죽음이란 나와 내 가족에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누구에게나 벌어지지만 실감나지 않을 죽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그래서 더더욱 준비된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