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년 연속 적자인데 재정준칙 안 급한가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3-29 15:07 수정일 2023-03-29 15:08 발행일 2023-03-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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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지지난해는 재난지원금, 일회성 공공근로 등의 명목만 떠올려도 재정적자 확대를 누구나 어림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요, 코로나19 때의 현금살포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 곳간은 15년째 연속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관통하며 준칙 아닌 준칙처럼 자리잡았다. 정부가 이제야 내년 예산 편성에서 허리띠를 졸라맨다고는 한다. 지역상품권, 노조보조금 등 재량 지출의 10% 다이어트까지 선언했다. 건전재정 기조로 정부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를 조금은 개선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효과다. 이 정도의 노력으로 만년적자에서 탈피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재정 건전성 회복은 어떤 의미로 문재인 정부 때 유난히 심하게 손상된 재정 건전성을 복원하는 일이기도 한다. 물론 포퓰리즘 색채가 짙은 이전 정부와 무조건 반대로 간다는 프레임이 능사가 될 수는 없다. 여당 시절 습관을 못 버리고 30조원 추경을 꺼내들던 민주당을 보면 참으로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대표적인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전달한 재정준칙 관련법(국가재정법) 수정안은 아마 ‘소귀에 경 읽기’쯤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정치권에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선 사실이 국가재정법 법제화의 시급성을 일깨워준다고 믿긴 어렵다. 재정은 합목적적이고 실질적인 운영이 중요하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1월 세수가 전년 동월 대비 6조8000억원이 줄었다. 올해도 부동산 및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세수 부족이 겹쳐 연간 재정수지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게 너무나 뻔하다. 그런데도 재정 건전성 제고는 방만재정을 가리기 위한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재정을 공짜나 화수분처럼 여겨서인가. 재정 건전화를 위한 재정준칙 늦장 심의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안 보인다.

재정 안전벨트를 지금부터라도 매야 한다. 재정 건전성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재정운용 목표를 수치로 명시하고 법제화하는 건 쓸 만한 억제장치다. 55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이 같은 준칙을 둔 나라의 재정적자가 개선됐다는 국제통화기금(IMF)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내로 제한하는 등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미루지 않아야 한다. 내년 총선도 재정의 복병이다. 올해는 58조 2000억원의 관리재정지수 적자가 예상된다. 그러면 16년째 적자다. 재정준칙보다 재정운용이 중요하다며 또 얼버무릴 텐가. 줄이는 것도 합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