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끌’만의 일이 아닌 ‘빚의 역습’ 조심해야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3-28 14:01 수정일 2023-03-28 14:01 발행일 2023-03-29 19면
인쇄아이콘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연체금액이 지난해 1조원 위로 다시 치솟았다. 3년 만이다. 부동산 폭등기에 유행처럼 번진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음)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2년여 전만 해도 유례 없는 저금리였으나 어느덧 고금리 상황과 맞물린다. 주담대 연체율은 0.18%로 높아졌다. 1조20억원을 기록한 주요 금융사의 주담대 연체는 대출 문제, 민간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영끌족이 더 두려운 건 2년간 40% 오르던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진 점, 부채 대비 총자산 비율이 낮아진 부분이다. 집값이 20% 하락하면 집을 팔아도 빚 갖기 힘든 고위험가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주담대 차주의 다수는 변동금리라 이자 부담도 높다. 없는 집 잔치를 벌이면 찾아오는 건 빚쟁이뿐이라는 부동산 커뮤니티의 ‘금언’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가계 자산의 86%를 차지하는 실물자산 가격 급락은 부채 대응 능력을 약화시킨다. 지금 빚은 안전하지 않다.

주담대 연체금액이 1년 만에 54.6% 급증한 것도 최악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위험의 불씨가 안 되게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현재편향성과 미래가치만 믿다가 빚의 사이즈는 한껏 부풀어져 있다. 30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7월 기준 165조2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56%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주담대 연체액도 87.8% 늘었다. 금융사에 불안한 신호인 신용대출 연체액(2조5730억원)도 34.4% 늘어 사상 최고점을 찍는다. 2030세대가 작은 외부 자극에도 쉽게 터질 조건을 키운 것은 어쨌든 부동산 가격 폭등 국면이던 지난 정권에서였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시할 것 없이 과도한 빚은 위험하다. 주담대 연체 급증, 신용대출 연체 사상 최대는 우리도 경험한 부채의 역습에 조심할 이유가 되고도 남는다.

빚은 빚을 만들고 눈덩이처럼 커져 있다. 최고의 재테크는 이자 비용 감소다. 하지만 당장의 상환능력 향상은 비현실적일 만큼 어렵다. 차주 중 영끌, 근로빈곤층이 더 위태롭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연체에 따른 부실 쓰나미가 부동산 시장 뇌관을 넘어 금융 충격의 연쇄반응으로 안 나타나게 모든 태세를 갖춰야 한다. 제2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PF) 등에서도 연체율이 높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기업부채와 함께 가계부채였던 점을 상기해보자. 연체율이 뛰었지만 안정권이라는 금융당국 판단과 별도로 비상이 걸린 셈이다. 잠재된 후폭풍이 가시화됐다고 보고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