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실익 더 살펴볼 때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3-27 14:04 수정일 2023-03-27 14:05 발행일 2023-03-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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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의 마지막 고리인 토지거래허가제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정기간 만료를 앞두고 서울 송파구도 26일 잠실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전면 해제 건의 대열에 합류했다. 양천구가 목동신시가지아파트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한 지 닷새 만이다. 이보다 앞서 강남구는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지구를 대상으로 해제를 요청했다. 거래량이 급감하고 집값도 급락하는 부동산 시장 하락기다. 그래서 토지 거래허가제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요지다.

거래가 다시 활성화할지 가장 걱정하는 서울시의 입장은 물론 달랐다. 오히려 상반된 근거를 들며 강남·목동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한 시각이 이처럼 다르다.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주요 재건축 단지 등에 대한 허가구역 지정을 연장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처럼 기우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적발된 불이익이 위반한 이익보다 작다는 판단이 설 때는 제도가 왜곡될 수도 있다. 만료를 앞두고 지정 실익을 진지하게 살펴볼 때인 듯하다.

특이한 어느 한 단편만 봐서는 안 된다.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더 내린 경우도 있지만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투기 세력이 당연히 늘어난다는 확신에 찬 결정이 시장에서는 거래를 위축시키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바닥이 아직 아니고 더 내려야 하며 공공 목적 달성을 위해 투기를 차단한다는 강박에 갇히지 않으면서 주민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중복 규제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갭 투자(전세 끼고 주택매수) 비중이나 집값이 덜 빠졌다는 게 재지정의 단일한 기준은 아니다. 건전한 토지거래를 유도한다는 이유만 갖고, 아니면 집값이 비싸다는 공감대 또는 반등 분위기로만 판단할 사안도 아니다.

다양한 측면을 함께 봐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경제 상황과 시장 여건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영돼 왔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전국에 걸쳐 일시 해제된 적도 있다. 지금은 규제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에 숨통을 터줘야 할 시기다. 투기 방지가 제도의 목적이라면 더욱더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는지와 지가변동률과 거래량을 준거로 삼아야 사리에 맞는다. 해제 또는 재지정 가능성을 못박지 말고 더 정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게 좋겠다. 각 자치구의 해제 요구를 검토하면서 주택거래허가제처럼 변질된 역차별 규제가 아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설령 투기 방지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 하더라도 그것이 재산권 침해와 후속 규제 완화를 틀어쥘 유일한 잣대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