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 ‘사기도 팔기도 애매’한 상황 왜 방치하나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3-23 14:07 수정일 2023-03-23 14:08 발행일 2023-03-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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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하락폭이 조금만 둔화하거나 영등포자이·둔촌 흥행이 이른바 ‘줍줍’ 덕에 성공해도, 부동산 시장 선행지표로 꼽히는 경매시장에 활기만 돌아도 1·3 부동산 대책이 주효했는지를 생각한다. 시장 회복 분위기에 그렇게 민감하다. 청약시장에서 소외됐던 다주택자의 참여 문턱을 낮추는 등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대출금리 하락이 청약시장 찬바람을 조금은 멎게 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반응은 제각각이고 일관성이 없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다주택자 관련 세제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후속 대책 미비와 무관하지 않다.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할 주택법 개정은 대책 발표 두 달 보름이 훨씬 지나도록 ‘꿩 구워먹은 소식’이다. 그 결과로 실거주 의무가 계속 적용된다면 시장이 혼란스럽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전매 제한 완화도 비슷한 예다. 이건 청약과 매매, 경매 수요자들의 옥석 거리기 심화나 양극화와 결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겠다고 내놓은 강력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이 약발을 제대로 못 받는다. 국회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할 정도로 부진해서다.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가 그래서 더 제한적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와 관련한 개정안은 반년째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잠자다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넘겨졌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부동산 정책 못지않게 이런 후속 대책 지연은 나쁘다. 입법화와 공포 시기도 불분명하다면 사겠다는 사람, 팔겠다는 사람 모두 애매하고 시장의 눈치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는 긍정적인 신호조차 못 살리고 있다. 최소한 법률 개정 기대감이라도 줘야 시장이 안심한다. 규제 정책이든 규제 완화 정책이든 예측 가능해야 할 것이다.

실거주 의무와 전매제한 완화,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기준 폐지, 특별공급 분양가기준 폐지, 청약당첨자 기존주택 처분의무 폐지, 무순위 청약 자격요건 완화 등이 유효한 대책이 되려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한다. 적용 시기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면 누구를 믿고 청약 등 주택 구입 계획을 세우겠는가. 주택법 개정 등이 불발되는 동안은 정부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주택시장이 반등인지 저점 도달인지 또는 일시적인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정부 대책만 믿고 청약에 나선 수요자들은 법의 시행 여부까지 걱정한다. 수요자가 차선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왜 만드나. 풀리다 만 주택 규제를 가급적 빨리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