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재위 넘은 ‘조특법’, 전략산업 구원투수 되길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3-22 14:06 수정일 2023-03-22 14:07 발행일 2023-03-23 19면
인쇄아이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여야 간 의견 일치였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의결을 그렇게 평가하고 싶다. 반도체를 비롯해 글로벌 산업전쟁에 직면한 우리 기업들의 부담을 덜고 투자를 키우는 촉매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모처럼 통했다. 소위원회 통과부터 기재위 전체회의까지 처리 과정만 보면 전례 없이 매끄럽다. 일방적인 동의나 의중 관철이 아닌 여야 합의의 결과물이다. 여야 협치로도 볼 수 있는 시의적절한 선택이 값지다.

기본적으로 정부와 여당, 야당 모두 이 법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이 정부 원안 수용의 열쇠가 됐다. 국가전략기술로 법에 명시된 6개 분야(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미래형 이동수단)의 투자세액 공제율을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되면 경제 활성화라는 대의에 부합한다. 더불어민주당 요구로 추가된 수소 등 탄소중립산업도 다수 의석의 전횡에서가 아니었다. 전략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 덕에 가능했다.

미국발 반도체 규제 등으로 높아진 법안 처리 요구가 개정안 의결의 한 동인이 된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21일 공개된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가드레일 세부 조항은 완화된 듯 보여도 여전히 지나치다. 미국 투자보조금의 대가로 10년간 중국 내 웨이퍼 투입량 증가를 5%로 묶었다. 퇴로를 주고 나오라는 말처럼도 들린다. 길게 보면 새로운 중국 리스크의 시작이다. 영원한 친구나 적 대신, 영원한 이해관계만 있는 냉혹한 산업 전쟁터에 있음을 실감한다. 여·야·정이 기업 부담을 덜어줄 구원투수를 자처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세액공제 방식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별법에는 설비투자 세제 지원이 세수만 감소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당연히 내포된다.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단서로 가능해진 국가전략기술 산업 추가 지정과 관련해 세액 감면 제도가 누더기가 된다는 우려 또한 잠재워야 한다.

22일 기재위 전체회의 통과는 국익을 먼저 생각함으로써 가능했다. 협치로 가는 하나의 시험대로 삼아도 될 법하다. 1960년대 경공업, 70년대 중화학공업에서부터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기까지 고비마다 큰 동력이 됐던 정치 리더십을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에서 발휘할 차례다.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특법이 국회 문턱을 완전히 넘은 후에도 여야 간 기분 좋은 상통(相通)이 계속돼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