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에피스테메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3-03-21 14:03 수정일 2023-03-21 14:03 발행일 2023-03-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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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시대에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하는 특별한 규칙, 즉 각 시대마다 사람들이 동일하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규범을 ‘에피스테메(episteme)’라고 한다. 조선시대에 보편적으로 통용되었던 ‘남존여비(男尊女卑)’나 ‘출가외인(出嫁外人)’ 같은 관습이 대표적이다. 서구의 경우 르네상스기에는 ‘유사성’이, 근대에는 ‘실체성’이 에피스테메를 지배해 서로 다른 문화가 만들어졌다.

에피스테메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1966년에 출간한 <말과 사물>에서 유래했다. 푸코는 어떤 시대나 문화에서건 그곳에서만 통용되는 규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에피스테메는 계속 지속되기 보다는 중간 중간 단절되는 불연속성을 지닌다고 했다. 꾸준히 새로운 에피스테메가 대체되어 다른 시대를 만든다 했다.

세대간 갈등의 원인도 에피스테메에서 찾을 수 있다. 각 자, 혹은 각 세대의 에피스테메가 맞지 않으면 갈등이 유발된다. 서로 다른 인식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에피스테메를 강요할 경우 갈등이 증폭되고 결국 소통의 단절로 이어진다. 세대 간 에피스테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