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T 공급망 위험 대응, ‘차이나 플러스’ 괜찮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2-27 14:08 수정일 2023-02-27 14:08 발행일 2023-02-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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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찰용 풍선이 북미 영공에서 격추된 사건이 공급망 변수로 부풀어 오를 조짐이다. 공급망 위험에 거의 맨몸으로 노출된 한국 IT 기업들에게 미국의 맞춤형 수출 통제는 진퇴양난을 예고한다. 컴퓨터, 반도체, 전기차 부품을 비롯한 전기 및 광학기기 부문에서 중간재로 사용되는 비중, 즉 전방참여율이 높을수록 신경이 곤두서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싱크탱크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본 그대로다. 좋게 말하면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편입돼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지경학적 국면에서 공급망 다변화나 공급망 재편을 해석한 대한상의 SGI의 분석에는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다. 장기적으로 두 나라를 중심으로 이원화된다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대중 무역적자 등 갖가지 이유에서 다변화가 화두인 우리에게 열린 시각을 제공한다. 수출구조 변화는 첨단 IT산업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흔히 다변화라면 탈중국으로 치환하지만 좀 섣부른 일면도 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을 마이너스로 묶지 않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신시장을 발굴하는 차이나 플러스, 차이나 앤드가 훨씬 적절해 보인다. 최적 해법 앞에서 뒷걸음질은 없다.

당장 최대 전략산업인 IT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 둔화가 걱정되는 우리다. 베트남을 필두로 아세안, 포스트 차이나로 일컫는 인도, 중동 등으로 경제 영토가 뻗어나가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중시할 상대국은 중국이다. 영구적 위기(Permacrisis) 경고까지 나오는데 중국에 관심을 줄이는 것은 좋은 다변화라 할 수 없다. 중국을 경로로 제3국으로 수출되는 중국 중심의 국내 생산제품 공급망은 결코 가벼움의 대상이 아니다. 중국의 자체 생산 확대 정책에는 우리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최고의 대응이다. 중요한 교역 상대국인 중국이 한국산 수입을 줄이고 수입선을 다변화한 점을 오히려 놓쳐서는 안 된다.

수출 다변화, 미래산업의 성장 동력 확보는 수출국가 숙명처럼 늘 나란히 취할 전략이다. IT 산업(3.0)을 이을 미래산업(4.0)에 집중하는 신성장 4.0 전략도 그 하나다. 이럴 때 국회가 팔짱 끼는 건 신산업 딴죽 걸기와 다르지 않다. 이제 이재명 이슈는 사법적 판단에 맡기고, 입법부는 IT 등 전략산업 지원 입법, 경제 체질 개선과 체력 강화 입법 전략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중국 시장 수출 공략에 더해 플러스(plus)와 앤드(and) 전략으로 목전의 공급망 위기를 해소하는 데 여야가 없다. G2 패권 경쟁에 전전긍긍하는 기업을 위해 한·미 정부가 ‘건설적으로’ 결론 내줘야 할 것도 물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