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 신임 대표에 정치권 ‘낙하산’ 안 된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2-26 14:12 수정일 2023-02-26 14:13 발행일 2023-02-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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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신임 대표 하마평이 무성하다. 남은 후보군 33명 중 적임자가 누구인가보다 안타깝게도 관심사는 따로 있다. 정치권 인물이 다수 포진해 있는 지원자 면면에 세간이 눈총이 따갑다. 8명 내외로 압축하는 최종 후보자(숏리스트) 명단까지 지켜볼 일이지만 지금 그대로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안 그래도 구 대표가 연임 의지를 밝히다가 돌연 공모 후보자에서 사퇴했다. 정치권 외압 논란이 무성히 일고 있는 마당이다.

구 대표가 백기를 든 지 하루 만에 누가 유력하다는 물망에 오르는 것 자체에서 그러한 KT CEO 수난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시가총액 10조원을 자랑하는 재계 순위 12위의 거대 민간통신회사에 비전문성 색깔이 짙은 낙하산 인사 낙점은 퇴영적인 구습이다. 5G 시대 혁신을 넘어 급변하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을 이끌 차기 대표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인사 중에는 과거 KT 재임 시절 IPTV 등 미래성장 산업을 이끈 인물도 있고 자신의 입으로 정치권 인사가 KT 대표로 영입되면 안 된다고 외치던 올드보이 출신도 있다. ICT 업계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것쯤은 지원 후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꼭 통신업계에서 잔뼈가 굵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더라도 기업 경영능력, 특히 IT 통신 경영 경험은 검증돼야 한다. 신임 대표 후보 재공모가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든 데서 잔존하는 공기업의 깊은 뿌리를 실감하게 한다. 전문성 측면에서 약점인 정치권 인사들이 KT의 지속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업을 연속성 있게 발전시키고 글로벌로 확장할 경영 전문성 부재는 실격이다.

정치권 출신 인사의 강점으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통신산업 특성을 내세울지 모른다. 그러한 사고 자체가 챗GPT가 시대의 총아로 떠오르는 시대에 걸맞지 않는다. 정치적 외압은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돌아보면 2002년 민영화된 KT는 CEO 선임 때면 낙하산 논란에 휘말리지 않은 예가 없었다. 과거의 청와대, 지금의 대통령실에서 낙점한 지원자가 되는 고리를 이번에 끊어내야 한다. KT는 통신업, 인공지능, 클라우드, 메타버스, 콘텐츠 등으로 사업 영역이 넓게 파생돼 있다. 품앗이하듯 비전문성 낙하산 인사를 내리꽂는 자리가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ICT 산업의 장래를 최우선시할 때다. 문외한인 정치권 낙하산 인사는 28일 발표할 숏리스트에서 빠지는 게 순리인 이유다. 외풍의 낙하산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인사 선임을 기다리겠다.